'중국 간첩 99명' 보도한 기자 '공무집행방해' 처벌 받을까? [법조계에 물어보니 652]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5.05.22 03:18  수정 2025.05.22 03:18

허위보도에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언론의 자유' 위축 우려

언론 기사 관련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 매우 이례적

형사 처벌 가능성 두곤 '허위사실 내보낸 경위 등 중요' 평가

기자에 대한 처벌 여부 정치성 배제하고 꼼꼼한 수사 필요

지난 1월17일자 스카이데일리 지면. ⓒ스카이데일리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한 인터넷 매체 기자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지 주목된다.


가짜뉴스를 퍼트린 기자의 형사 재판 가능성에 이목이 향하는 가운데 법조계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단 것 자체를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단 우려를 표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스카이데일리 소속 허모 기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해 법리적 다툼이 있고 강제 수사 등을 통해 물리적 증거자료도 상당 부분 수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기자도 수사기관에 3회 출석해 조사를 마쳤으며 관련자들 진술도 대부분 이뤄져 인적 증거자료 역시 상당 부분 수집됐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비록 허 기자가 구속을 면하기는 했으나 경찰이 온라인상 가짜뉴스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놓은 만큼 추가 조사와 검찰 기소를 통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허 기자는 허위 보도로 선관위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허 기자는 지난 1월16일 '미군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에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작전으로 선거연수원에서 체포한 중국인 간첩 99명을 미국 측에 인계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로 이송했고, 심문 과정에서 이들이 선거 개입 혐의를 일체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와 주한미군사령부는 해당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미군 소식통'은 조사 결과 마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 주한 중국대사관에 난입을 시도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 안모씨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지난 1월20일 스카이데일리와 허 기자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해 지난 15일 허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을 '언론의 자유' 문제와 관련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간 허위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는 있었으나 '언론 탄압' 우려 등으로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은 제한됐었기 때문이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법률사무소)는 "언론의 자유와 가짜뉴스의 폐해 사이에서 법원의 고민이 있을 것 같다"며 "가짜뉴스 피해자들 개개인이 언론정정 청구나 손해배상, 허위사실 명예훼손 고소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가짜뉴스는) 언론의 자정 작용과 시민들의 의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로 잡히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가기관이 언론보도에 대해 공무집행방해를 문제 삼기 시작하면 언론이 지나치게 위축돼 언론의 순기능이 저하될 우려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언론기사에 대해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고소되거나 법적공방이 일어나는 경우는 많지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수사를 의뢰하고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수사기관이나 정부의 언론탄압, 언론인 재갈물리기, 언론 길들이기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엄중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공개한 12·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 ⓒ 행정안전위원회

법조계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허 기자가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선 허위사실을 내보낸 경위 등이 중요할 것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 등을 배제해 사후 논란의 소지를 만들지 않아야 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허 기자가 의도성을 가지고 명백히 거짓인 사항을 기사화하고 이후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등의 행태에 대해선 분명 직업적 윤리, 도덕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형사법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소지가 없지는 않지만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조사과정에서 밝혀질 기사를 작성한 경위 등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기자가 단순히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 만으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허위사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신뢰하게끔 만들어 보도했고, 이로 인해 그릇된 직무집행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면 처벌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다수의 제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얘기인지 여부를 판단 하지 않고 막연히 허위·과장사실을 섞어 보도했고 추후 팩트체크를 통해 수정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을 수사기관이 부정적으로 볼 것 같다"며 "다만 이유를 불문하고 기자에 대한 처벌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정치성을 배제하고 꼼꼼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법조계에 물어보니'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