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나갔는데"…카카오와 이별한 다음, 독자 생존 가능할까(종합)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05.22 12:11  수정 2025.05.22 17:44

카카오, 22일 이사회 열고 포털 '다음' 운영하는

콘텐츠CIC 분사 의결해 '다음준비신설법인' 출범

다음 합병 후 11년만…시너지 없고 점유율은 추락

생존 여부 회의적…AI 검색시장 점유율 전쟁 치열

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콘텐츠CIC(사내독립기업)을 별도 법인인 '다음준비신설법인'으로 독립시킨다. ⓒ카카오

카카오가 결국 포털 '다음'을 몸통에서 떼어낸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한 지 11년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지속되는 포털 점유율 하락으로 존재감이 희미해지자 독립된 의사 결정 구조 하에서 생존을 모색하도록 결단을 내린 것이다. 카카오의 몸집을 가볍게 해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다음의 검색 점유율이 이미 2%대로 추락한 만큼, 업계에서는 다음의 독자 생존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카카오는 2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다음을 담당하는 콘텐츠CIC(사내독립기업) 분사에 관한 의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3년 5월 다음사업부문이 CIC로 출범한지 2년 만에 별도 법인인 '다음준비신설법인'으로 독립하게 됐다. 신임 대표로는 양주일 현 콘텐츠CIC 대표를 내정했다.


현재 콘텐츠CIC는 다음메일, 다음카페, 다음검색, 다음뉴스, 다음쇼핑 등 다음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신설 법인이 해당 서비스를 운영 대행하는 형태로 이어가면서 연말까지 영업 양수도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카카오가 포털 시장에서 영향력이 미미해진 다음을 비핵심 사업으로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카카오는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관련 사업부를 제외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분사를 계기로 추후 매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했다. 인터넷 사업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앱 카카오톡 간의 시너지가 목적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2014년 8월 '다음카카오' 출범을 알렸다.


하지만 야심찼던 포부와 달리 다음 검색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합병 전 20%에 머무르던 다음의 포털 시장 점유율은 합병 후 15%대까지 내려앉았다. 이와 동시에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커머스, 금융, 게임 등을 연동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결국 카카오는 2023년 다음서비스부문을 콘텐츠CIC로 출범했으나, 이후에도 좀처럼 점유율 반등을 내지 못한 채 카카오의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웹로그 분석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20일 기준 다음의 점유율은 3.04% 수준이다. 지난 2월에는 평균 점유율 2.7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카카오는 분사가 카카오와의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다음이 독자적인 경영 구조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돕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네이버와 구글, MS(마이크로소프트) 빙 등이 AI를 접목한 검색엔진 고도화로 점유율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다음이 점유율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오픈AI나 앤트로픽 등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사업자들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서비스 무료화를 통해 이용자들이 검색엔진 대신 AI 서비스를 찾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콘텐츠 CIC' 분사매각 철회와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매각에 대한 노조 측 불안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카카오는 신설법인이 카카오의 100% 자회사라고 밝혔으나, 결국 독자생존이 안 되면 본사라고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이 구성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카카오 노조는 "분사 이후 지분 매각도 감안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 적 있다.


홀로 서기를 시작한 다음준비신설법인은 숏폼, 미디어,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여러 도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지난 1월 다음 앱을 전면 개편한 이후 지난달 콘텐츠 맞춤 큐레이션을 강화하는 2차 개편을 단행했다. 큐레이션 챗봇 '디디'를 추가해 이용자 맞춤형 뉴스 콘텐츠를 추천하고, 숏폼 탭을 추가했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숏드라마 콘텐츠 '숏드'를 선보이겠다며 신규 사업 진출도 밝혔다.


콘텐츠CIC를 분사한 카카오는 미래 먹거리인 카카오톡과 AI 사업에 전사 역량을 집중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 비대해진 조직이 신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자 빠르게 조직을 슬림화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다음 뉴스제휴 등과 관련해 정치권과 엮이는 리스크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네이버도 AI 수익화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카카오는 아직 이렇다 할 AI 서비스도 출시하지 못한 상황이라 빠른 사업 추진이 요구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AI 메이트 쇼핑', 'AI 메이트 로컬' 등을 추가해 기능을 고도화하는 한편, 하반기 중 오픈AI와 협업해 개발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톡, 카카오맵, 카카오T 등 여러 서비스를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로, 카카오에 새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업이 성장하려면 사람과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사 후) 이용자 수나 트래픽의 큰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분사된 회사가 앞으로 지속가능한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재무적 관점에서 지속성장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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