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올 들어 위기 대응력 '뚝'…금리 떨어져도 '부실 터널' 여전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5.27 07:15  수정 2025.05.27 07:15

대손충당금적립률 1년 전보다 34.5% 하락

고금리 사실상 끝났지만 차주 부담 여전해

저성장·가계대출 탓 부실 당분간 이어질듯

국내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이 크게 낮아졌다. ⓒ연합뉴스

국내 시중은행의 위기 대응력을 나타내는 대손충당금적립률이 올 들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 국면이 길어지고 전세계적 경제 불안 요소가 많아지면서 부실채권이 급격하게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고금리 터널'이 끝나는 금리인하기에는 은행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와는 달리,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은행 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인데다 경기 침체로 차주 이자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69.78%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4.46%포인트(p) 낮아졌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은행이 부실 채권에 대비해 적립한 대손충당금이 실제로 얼마나 충분한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통상 부실채권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을 부실채권잔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은행별로 감소폭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59.04%p 감소해 188.4%를 기록했고, 신한은행은 42.42%p 낮아져 159.32%로 집계됐다.


이어 국민은행은 33.58%p 감소한 168.89%, 하나은행은 2.8%p 낮아진 188.40%를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위기 대응력이 낮아진 것은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은행이 적립하는 충당금은 한정돼 있는데, 이를 통해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 덩치만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 이들 은행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4조822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1%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각각 35.3%p, 30.9%p 급증해 1조573억원, 1조127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은 24.9%p, 하나은행은 1.1%p 늘어 각각 1조6056억원, 1조319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당분간은 은행의 '부실 터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금리 기조가 끝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완화되고 은행 리스크 역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선 동시에 미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전세계적 경제 불확실성도 커진 탓이다.


또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쉽게 낮추지 못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역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렇다 보니 부실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늘려 적립하는 것보다 부실채권 매각 등을 통해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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