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 시장을 주도하던 대학로 및 오픈런 공연이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특정 공연의 부진을 넘어, 한국 연극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공연 시장 분석 보고서(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에 따르면, 연극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대학로와 오픈런 공연은 티켓 판매액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심지어 공연 회차를 늘리는 자구책도 무용지물이었다.
올해 1분기 연극 시장의 흥행작들은 대부분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된 작품들이고, 대학로 외부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대학로 오픈런 공연 중에서는 ‘한 뼘 사이’가 유일하게 티켓판매액 TOP10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는 과거 대학로가 연극 시장의 중심이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공연 회차를 늘리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학로 공연의 경우, 공연 건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회차는 7.8% 증가했다. 오픈런 공연 또한 공연 건수가 8.1% 감소했지만, 공연 회차는 7.1% 늘어났다. 이러한 수치 변화는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 공급자들이 생존을 위해 공연 기회를 확대하려는 절박한 시도다.
문제는 이러한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티켓 판매액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대학로 공연의 티켓 판매액은 전년 대비 40.8%라는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오픈런 공연 역시 3.1% 감소했다.
한 극단 관계자는 “공연 건수 및 회차의 증가는 연극계 제작 활성화로 해석될 수 있으나, 유명 배우 출연작 등 특정 작품에 대한 수요 쏠림 현상과 양극화 심화의 이면을 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300석 미만 소극장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공연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작품들은 대부분 더 큰 규모의 스타 배우 출연작들이라는 점은 소극장 중심의 대학로 공연이 겪는 어려움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대학로와 오픈런 공연은 신인 배우 및 연출가 발굴의 산실이자, 대중이 부담 없이 연극을 접하며 공연 문화에 입문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들 장르의 침체는 단순히 매출 감소를 넘어, 한국 연극계의 신진 인력 양성 기반을 약화시키고, 대중의 연극 접근성을 저하시켜 장기적으로 연극 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업계에선 침체된 대학로 및 오픈런 공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관계자는 “대학로만의 개성을 살린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창작 환경 조성 및 신인 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대학로가 신인 발굴의 요람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재정적, 행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대학로와 오픈런 공연의 침체는 한국 연극계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면서도 “동시에 이는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학로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트랜드에 맞는 변화를 모색하고 관객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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