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전체 매출 40%' 인천공장 철근 생산 한 달간 중단
건설 침체에 철근 수요절벽…재고는 늘어 ‘공급과잉’ 악순환
중견·중소 철강사 생존 비상…고정비 부담에 존속 자체 고민
건설업 불황의 그늘이 철강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최근 동국제강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천 철근 공장의 가동을 한 달간 멈추기로 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감산 흐름이 도미노처럼 번지며 업계 전반이 ‘버티기 모드’에 진입한 상황이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근 생산 2위 업체인 동국제강은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 연간 생산능력 220만톤(t)에 달하는 이 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철근 생산기지이자, 동국제강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동국제강은 이미 공장 가동률을 연초 50%까지 낮춘 상태였다. 그러나 철근 수요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셧다운(전면 가동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는 창사 이후 철근 설비 전체를 중단한 첫 사례다. 이런 결정에는 원가 이하의 출혈 경쟁이 지속될 경우 업계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과잉 재고와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며 “8월 시장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공급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셧다운 연장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 셧다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력 철강사들을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국내 철근 생산 1위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포항 2공장의 일부 라인을 축소 가동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인천공장의 철근 설비 전체를 한 달간 중단했다. 철근 생산라인 전체를 멈춘 것은 1953년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조치였다. 회사는 희망퇴직 시행과 임원 급여 삭감 등 전사적 비상경영 체제에도 돌입한 상태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7월 포항 1제강공장, 11월에는 1선재공장 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비핵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슬림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철강 업황 악화의 핵심은 건설 경기 침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분기(-17.7%)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달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도 74.8에 그치며 기준선인 100을 계속해서 밑돌고 있다.
이 여파로 철근 수요도 급감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근 생산량은 2021년 1041만2000톤에서 2023년 779만7000톤으로 25.1% 줄었고, 국내 판매량은 1028만4000톤에서 756만톤으로 26.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철근 재고는 35만8000톤에서 54만2000톤으로 51.4%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분기 누적 재고는 50만톤을 웃돌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산 저가 물량까지 유입되면서 철근 가격이 원가를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현재 국내 유통가격은 톤당 76만원 수준으로, 2분기 초(톤당 74만원)보다 소폭 반등했지만 철근업체들의 감산에 따른 일시적 강보합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름철 전기료 할증과 지난 3월부터 미국 수출분에 25%의 관세 부과가 시작된 것도 철강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인 주택경기 부진으로 국내 철근 수요가 부진하고, 생산과 판매가 줄면서 톤당 고정비가 상승해 이익률이 낮아졌다”며 “최근 철스크랩(철강제품 원재료인 고철) 가격이 낮아졌음에도 철근 가격도 동반 하락해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 가격 차이) 개선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대형사들조차 감산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철강사들은 직접적인 생존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고정비 부담은 물론 과잉 재고를 감당할 여력도 부족해진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존속 자체를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동률을 줄여도 고정비는 그대로고, 팔아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버틸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며 “수요 회복이 늦어질 경우 문을 닫는 곳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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