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1942년 전라남도 광양 출생…1970년대 건설업 시작, 대주그룹 키워내
2007년 지인 명의 대한화재 주식 37만 주 매각…5억원 양도소득세 내지 않아 기소
벌금 안 내고 하루 5억 '황제 노역'…2015년 검찰 '참고인 중지' 출금 해제 틈타 도피
10년 귀국요구 응하지 않고 인도절차 미뤄졌으나…법무부 외교 채널 통해 송환 협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10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구속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4년 이른바 '황제노역' 논란 이후 해외에 머물던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 법원의 범죄인 인도 결정과 법무부 장관의 인도 명령에 따라 5월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1942년 전라남도 광양 출신인 허 전 회장은 1970년대 건설업으로 사업을 시작해 금융, 언론, 식품, 레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대주그룹을 호남권 대표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그룹은 대한화재해상보험, 광주일보, 대주중공업, 대주레저타운 등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렸으며 허 전 회장은 광주일보 회장직을 겸임하며 지역 언론계와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허 전 회장은 광주 지역 각종 개발 사업과 정치권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룹 경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지인 명의로 보유한 대한화재 주식 37만 주를 매각해 5억여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고, 배당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650만원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2011년 탈세와 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자 법원은 하루 5억원씩 벌금을 대신 갚는 '황제노역' 처분을 내렸고, 2014년 광주교도소에서 이를 수행하게 되면서 전국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루 5억원이라는 이례적인 노역 환산 기준이 공개되자 '법 위의 특권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법의 형평성 문제를 두고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당시 법무부와 사법당국은 벌금형 환산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후 벌금 미납자 노역제도의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여론의 비난 속에 허 전 회장은 벌금 납부 의사를 밝혔지만 2015년 8월 검찰이 참고인 중지 처분으로 출국금지를 해제한 시점을 틈타 뉴질랜드로 출국하며 해외 도피에 성공했다. 당시 그는 심장질환 치료와 개인 사정, 사업상 해외 체류 필요 등을 이유로 출국 허가를 받았고 이를 이용해 장기 체류에 들어갔다. 이후 10년 가까이 귀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으며 사실상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검찰은 2019년 7월 조세포탈 혐의로 그를 추가 기소하고 2021년 6월 법무부가 뉴질랜드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정식 요청했다. 그러나 현지 법률과 허 전 회장 측의 인도 거부 소송,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변수로 송환 절차는 수년간 지연됐다. 법무부는 뉴질랜드 법무부와 외교 채널을 통해 꾸준히 송환을 협의하며 인도 결정 절차를 추진해왔다.
결국 뉴질랜드 법원이 지난 3월 인도를 최종 결정했고 같은 해 이달 뉴질랜드 법무부 장관이 인도 명령을 내리면서 국내 송환이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외교부, 대검찰청이 협조해 송환 실무를 마무리했다. 허 전 회장은 5월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검찰에 신병이 확보됐으며 곧바로 광주교도소로 이송됐다.
현재 그는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귀국 직후 법원에 구속 취소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장기간 해외 체류와 재차 도주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재판부의 구속 취소 여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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