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입 철강 관세 25%→50%로 올려…국내 업계 '비상'
중국산 저가 공세·원자재값 상승에 공장 감산·구조조정까지
취임식서 ‘비상경제대응TF’ 가동 강조…새 정부 첫 시험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관세 폭탄’이라는 중대한 시험대에 직면하며 정부·산업계가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산업계는 새 정부가 통상외교와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조치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 여건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잉생산된 저가 철강·알루미늄이 미국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관세 인상의 이유를 밝혔다.
이미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발 저가 공세와 국내 건설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포항 1공장 중기 사업부를 대주·KC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 포항 2공장 폐쇄 결정을 내렸다가 노조 반발로 축소 운영으로 방향을 전환한 뒤 인천과 포항 일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생산 조절에 나선 바 있다. 임원 급여 삭감과 희망퇴직 신청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전사적 비상경영 체제도 가동 중이다.
동국제강도 다음 달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약 한 달 간 국내 최대 철근 생산시설인 인천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국내 1위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지난해 7월 포항 1제강공장, 11월에는 1선재공장 폐쇄를 단행한 것도 업계의 위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미국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 조치는 위축된 국내 철강업계의 숨통을 더욱 죄는 형국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철강협회에서 국내 주요 철강·알루미늄 기업과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KG스틸, 동국제강 등 주요 기업들은 정부에 통상외교 강화와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업계는 새 정부가 신속한 외교적 대응과 함께 정책적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적 채널을 통해 추가 관세 인상 방지와 함께 기존 관세 완화 등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관세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추가 인상의 배경을 언급한 만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대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규제 완화와 첨단 제품 육성, 수출 다변화 등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철강업체들은 저가 중국산 철강 유입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관세까지 두 배로 올라 부담이 더욱 커졌다”며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의 붕괴를 막으려면 이재명 정부가 외교적 해법과 산업 경쟁력 회복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경제 위기 극복 의지를 강조했다. 또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밝히는 등 관세 협상과 산업 지원을 동시에 해결해야 할 새 정부의 과제를 분명히 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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