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분리 가능성
예정처, 예산 470~480억원 소요 추계
정권 따라 이름·규모 변화···“인사 적체 원인이자 해결책”
기획재정부가 17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기재부 예산·재정 분리가 예상되면서다. 여기에 더해 기재부의 금융 기능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통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고질적인 ‘인사 적체’가 해소되길 바라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 기능을 분리하게 될 경우 4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재부 또 쪼개지나···초미의 관심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4일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 취임으로 이른바 ‘기재부 쪼개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기재부는 예산과 세제 등 전반적인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기재부의 운명이 타 부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 경제 부처 분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다수의 기자회견에서 “지나치게 권한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기재부 분할에 대한 의사를 드러내 왔다.
공약집에는 기재부 쪼개기 등 정부 부처 개편안이 담겼다. 또 예산 편성 시 정부 개별 부처의 자율성·책임성 강화, 예산 증액 심의 시 정부 동의 범위 및 요건 명확화 등이 더해졌다.
이처럼 기재부 개편안은 예산 기능 분리를 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담기지 않았으나 기존 예산 권한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지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위는 존폐기로에 섰다. 금융 정책의 조직 개편도 가능성이 나오면서다. 현재 기재부는 국제금융을, 금융위원회는 국내금융을 도맡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기재부의 금융 기능과 금융위, 금융감독원의 역할을 재정립해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재부 쪼개기는 오기형·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향이 유사하다. 오 의원의 개정안에는 예산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존 기재부를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허 의원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부 분리를 골자로 한다.
기재부 쪼개기 소요 예산만 약 470억원
기재부가 분리 수순을 밟을 시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재부 개편 시 향후 5년간(2026~2030년) 약 476억5300만원이 소요된다. 이는 국회예산정책처가 오 의원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비용추계를 작성한 결과치다.
예정처는 전체 소요 예산 중 인건비는 379억8900만원, 기본 경비는 92억3100만원, 자산취득비는 4억3300만원으로 예상했다.
인건비 비중이 가장 큰 이유는 관련 장·차관, 행정조직원 증가로 인해서다. 예정처는 장관 1명, 차관 1명, 비서실·행정지원조직 인력 등 87명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예정처는 “향후 실제 증원 인원 등에 따라 전체적인 재정 소요액은 추계 금액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의원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향후 5년간 482억100만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정권 따라 분리·통합 반복···기재부 “인사 적체 해소” 기대
지금의 기재부에 이르기까지 분리와 통합은 수없이 반복돼 왔다. 나랏돈을 관리하는 곳이니 만큼 정권에 따라 몸집도, 이름도 변화를 거듭한 것이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로 분리·운영됐고, 김영삼 정부에선 재정경제원으로 불리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다시 분리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현재의 기획재정부가 됐고 지금까지 17년 동안 이어져왔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기재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거듭된 기재부 쪼개기에 인사적체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기재부가 분리되면 내부적으로 지속돼 온 인사적체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타 부처만봐도 과장으로 5년을 보내면 국장으로 승진한다. 기재부에서는 7년을 지내도 과장이다”고 하소연했다.
반복되는 기재부 쪼개기가 역설적이게도 인사 문제를 야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재부 분리 과정에서 인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재부 과장은 “과거 기재부가 분리되면서 고르게 나뉘었던 인력이 다시 통합되는 과정에서 상당히 늘었다. 어쩌면 현재 인사 적체를 만든 셈이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다시 쪼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과장과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이유로 내심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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