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국방비 GDP의 5% 증액 추진...각국 자체 방위력 강화
K-방산, 기술이전·MRO 패키지로 유럽시장 본격 공략 나서
EU, 역내 무기구매 비중 65%로 확대..."통합전략 강화해야"
세계적인 군비 증강 기조 속에 한국 방산업계가 새로운 도약 기회를 맞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화와 현대로템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에 소극적인 기조를 보이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의 각자도생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나토는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기준을 GDP의 5%로 상향하는 방안을 공식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회원국들은 그동안 GDP 대비 2%를 국방비로 사용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바 있다.
특히 캐나다는 나토 창립 회원국임에도 지난해 국방비 지출이 GDP 대비 1.37%에 불과해 그동안 목표치(2%)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올해 GDP 대비 2%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동시에 미국에 대한 국방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캐나다는 국방예산의 약 4분의 3을 미국 무기 구매 대금으로 지급해왔다.
영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유럽 내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가 GDP의 5%까지 확대될 경우 군사비 규모가 지난해 4570억 달러(약 630조6600억원)에서 8000억 달러(약 1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유럽의 재무장 움직임 속 K-방산의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이 유럽 내 무기 대체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향한 보폭을 넓혀가는 분위기다.
한화는 최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의 지분 100% 인수 승인을 받았다. 미국 앨라배마주 모바일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며 미국 군함을 건조·납품하는 오스탈은 글로벌 해양 방산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평가된다.
한화는 지난 3월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한 데 이어 19.9%까지 확대하기 위해 호주와 미국 정부에 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현재 호주 외국투자심사위원회(FIRB)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을 이르면 이달 말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문제를 대부분 해소하면서 계약 성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계약 금액은 60억 달러(약 9조원)대로, 개별 방산 수출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180대 가운데 117대(K2GF)는 현대로템이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나머지 63대(K2PL)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가 현지에서 생산한다. 2022년 1차 계약 때와 동일한 수량이지만 개량형(K2PL) 도입과 기술이전, 유지·보수·운영(MRO) 조건이 추가돼 금액은 2배로 늘었다.
다만 유럽 방산업계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독일 라인메탈은 폭스바겐 공장 일부를 인수해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등 K-방산의 시장 점유율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다. 유럽연합(EU)은 역내 무기 구매 비중을 현재 20%에서 2035년까지 65%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업체들의 생산설비 확충 움직임과 역내 생산 비중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단기 납기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MRO 등을 포함한 통합 수출전략을 강화해 장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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