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도 흔든다...'3등의 반란' 마이크론, HBM 전면전 돌입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6.12 11:15  수정 2025.06.12 11:16

美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이어 HBM4 샘플 공급

D램 점유율도 3%p ↑ "삼성·SK 양강 체제 흔드나"

업계, AI 수요 타고 '3강 구도' 현실화 전망

마이크론 HBM4 제품 이미지.ⓒ마이크론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경쟁에 미국 마이크론(Micron)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3위 사업자로 인식되던 마이크론이 HBM4 샘플 공급에 돌입하며, SK하이닉스·삼성전자 중심의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는 모양새다.


12일 외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HBM4(6세대 HBM)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HBM4 샘플을 최초로 납품한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HBM4 샘플 공급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HBM은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을 뒷받침하는 차세대 고속 메모리로,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 급증과 함께 '황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부터는 HBM4 채용이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샘플 공급 시점이 곧 시장 선점을 결정짓는 주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의 HBM4 이미지.ⓒSK하이닉스

현재 HBM 시장 점유율 1위는 SK하이닉스다. 엔비디아 H100 GPU에 HBM3E(5세대)를 독점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로부터 주요 양산 공급처로 낙점받지 못한 상태다. 이 가운데 마이크론이 HBM4 경쟁에 실질적으로 합류하면서 향후 '3파전' 구도가 보다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D램 시장 점유율 역시 마이크론의 성장세를 반영한다. 최근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37%, 삼성전자 34%, 마이크론 25% 순이다. 특히 마이크론은 전 분기 대비 점유율이 3%포인트 상승하며 삼성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2023년 4분기 45%를 기점으로 1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3.4%, 2분기 42.9%, 3분기 40.7%, 4분기 38.6%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34.4%로 내려앉으며 SK하이닉스에 처음으로 D램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1분기 마이크론과의 점유율 격차는 대략 9%포인트다.


20%포인트가 넘던 점유율 갭이 불과 1년 만에 10%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졌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D램 시장 3위였던 마이크론이 HBM 경쟁에서 치고 올라오며, 기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구도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의 HBM4 제품 경쟁력도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엔비디아로부터 HBM3E의 공급 자격을 일부 확보한 상태다. 마이크론은 이번 HBM4가 초당 2TB(테라바이트) 이상의 속도와 이전 세대(HBM3E) 보다 60% 이상 향상된 성능을 갖춤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전력 효율은 20% 향상됐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마이크론이 HBM4를 조기에 샘플링했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구현이 아니라, 패키징·수율·발열 등 전반적인 양산성 확보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며 "기존 삼성·SK 양강 구도가 쉽게 유지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마이크론은 HBM 외에도 AI 서버용 DDR5 고용량 D램,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NAND 등에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AI와 클라우드 기반 수요가 전방에서 동시에 폭증하는 현 상황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짚은 행보로 평가된다.


마이크론의 이 같은 반란은 한국 기업에게도 큰 도전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부문에서 3위 SMIC의 추격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주력 분야까지 위협 받는다면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더는 3위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기술력과 제품 타이밍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기술뿐 아니라 수율·고객 확보 등 종합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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