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2031년이면 5만4000명 부족
반도체 학과 늘었지만, 전임교수 수는 감소
최상위권 학생 의대로…반도체학과 인기 시들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이 인력 부족으로 흔들리고 있다. 기술 초격차 유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약 5만4000명의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필요 인력 30만4000명 중 6분의 1이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인력 부족은 향후 글로벌 수요 대응 역량을 제약하는 중장기 리스크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반도체 인력양성 체계 손질…단발성 정책 우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6G 통신 등 미래 전략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인력 확보는 지지부진하다. 그 사이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통해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고, 일본과 대만도 자국 내 팹리스 및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주도의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는 위기감 속에 반도체 인력양성 체계를 손질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전담 특성화대학 신설, 설계 인력 양성을 위한 기술교육센터 운영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같은 대응이 중복되고 파편화돼 있어 단발성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석사급 이상 고급 설계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과정은 여전히 단기 위주이고, 관련 교수진은 오히려 줄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반도체 관련 학과 수는 전년보다 늘었지만, 전임교수 수는 감소해 전문성 있는 교육 인프라 구축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반도체를 전공하려는 학생 수도 감소 중이다.
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은 정부 지원으로 AI 반도체 대학원과 계약학과를 개설했지만, 입학생 충원율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대로 쏠리는 인재들…반도체 산업 인식 전환 필요”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추가 합격률은 220%였다. 최초 합격자가 이탈해야만 추가합격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추가합격률이 높을수록 학과의 인기가 저조하다는 뜻이다. 220%라는 수치는 저년 추가합격률 130%를 크게 웃돌았을 뿐 아니라 연세대 자연계열 정시 평균 추가합격률인 63.2%보다 훨씬 높다.
고려대도 자연계열 평균 정시 추가합격률은 29.8%였는데 비해 반도체공학과 추가합격률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100%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의대 증원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대거 늘리면서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를 희망하게 됐다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연·고대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은 의대로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의대와 계약학과를 동시에 합격하면 의대 쏠림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외면받는 실정”이라며 “반면 미국과 중국 등은 ‘반도체 산업은 국익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투자 후 바로 성과가 나는 분야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직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가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돼서 청년들이 자부심을 갖게 하려면, 현재 약세인 비메모리, 파운더리 분야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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