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소음·외로움…영화 속에 스며든 '팬데믹'의 정서 [D:영화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26 14:40  수정 2025.06.26 14:40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지는 오래지만 그 여파는 길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후유증은 생활 습관부터 정신 건강까지 전세계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영화 소재로도 활용됐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19일 개봉한 영화 '28년 후'(감독 대니 보일)는 좀비 바이러스 생존자들이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세계관에서 홀리 아일랜드는 이웃나라에게도 외면을 당하고 고립되는데, 이로 인해 이곳에서 태어난 주인공 스파이크는 아이폰, 인터넷, 택배 등 문명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단절은 불과 2년 전까지 모두가 겪은 상황이다. 보일 감독은 기자간담회 당시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스토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개봉 예정작인 '노이즈'(감독 김수진)와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는 층간 소음을 다룬 공포스릴러 영화다. 아파트빌라 주민의 고질적 문제인 층간소음은 팬데믹을 겪으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2023년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만건을 넘지 않던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2020년부터 4만건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노이즈'의 제작사 화인컷은 지난해 "팬데믹으로 더 예민해진 층간소음 이슈를 다뤘다"고 예고한 바 있다. 층간소음을 다룬 영화는 특히 지난해부터 꾸준히 개봉하고 있다. '원정빌라'(2024)와 '백수아파트', 개봉 예정작 윗집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디즈니픽사의 신작 '엘리오' 또한 팬데믹 이후로 더 자주 외로움을 느끼게 된 이들을 위한 영화다.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은 최근 화상간담회를 통해 "'엘리오'는 이 아이가 소속감을 느끼는 곳이 어딘지 찾는 내용"이라며 "외로움은 우리 모두 팬데믹을 겪으며 경험해본 감정이다. 외로움의 심리를 연구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치유받을지 공부했다"고 전했다. 감독의 말처럼 2022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코로나로 인해 생긴 우울감과 불안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국민 10명 중 4명이 느꼈다고 밝혔다. 이는 외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띄었는데, 2021년 하버드 '미국의 외로움'(Loneliness in America) 보고서는 미국인의 36%가 심각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팬데믹의 정서를 담아낸 영화에 관객들도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이즈'는 25일 박스오피스 2위, '엘리오'와 '28년 후'는 24일 박스오피스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지금은 팬데믹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코로나19라는 큰 재앙을 겪은 관객들로서는 고립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작품에 감정 이입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관객들이 공포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작품으로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 희망이 있는데, 그것들이 큰 위로로 다가오는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정서를 담은 작품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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