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격 수단'으로 은행대출 틀어막기…안되면 추가 압박 카드?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06.24 07:12  수정 2025.06.24 07:12

당국, 간담회 소집해 비가격적 수단 동원 요청

은행들, 만기 줄이고 대출모집인 주담대 중단

"자본 부담 늘려 대출 억제 논의중…실제 적용 쉽지 않을 듯"

SC제일은행이 지난 18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고,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를 0.25%포인트(p) 줄였다.ⓒ연합뉴스

"대출은 줄여라, 금리는 손대지 마라."


가계대출이 다시 빠르게 늘자, 금융당국이 금리 대신 '비가격적 수단'으로 대출 옥죄기에 본격 나섰다.


금리 인상보다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만기 단축, 대출모집인 제한 등 구조적 조치를 통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당국의 압박에도 효과가 미미할 경우, 자본 규제 강화 등 한층 강도 높은 후속 조치가 나올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고,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를 0.25%포인트(p) 줄였다.


NH농협은행도 주담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 이하에서 30% 이하로 조정했다. 이날부터 다른 은행에서 농협으로 갈아타는 주담대 대환대출(비대면 포함)도 한시적으로 막는다.


두 은행 모두 이달 중순 금융당국의 비공개 간담회 직후 조치에 나섰다.


이어 신한은행 역시 오는 25일부터 7월 실행되는 대출모집인 주담대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 한정해 적용되며, 지방은 정상 접수를 이어간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리를 직접 올리지 않으면서도 대출 문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식은 금융당국이 최근 강조한 '비가격적 조치' 기조에 부합한다.


앞서 당국은 지난 16일 비공개 간담회에서 주요 시중은행들에 장기 만기 조정,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출 제한 등 '비가격적 수단'을 통한 대출 억제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총량을 줄이는 우회적 방식으로 은행들도 만기 구조 조정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정부 기조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은행들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스스로 제동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후속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의 추가 압박 카드까지 예고되면서 은행권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폭증 상황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기획위원회 내부에선 한층 강도 높은 규제 카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주담대의 위험가중치를 높이거나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을 도입해, 은행의 대출 여력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는 결국 금융기관의 자본 부담을 늘려 대출 억제 효과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담보 기반의 가계대출에까지 추가 자본을 요구하는 것은 바젤 기준의 취지와 어긋난다"며 제도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는 담보가 확실해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분류된다"며 "이런 대출에 자본을 더 쌓으라는 건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고, 실무적으로도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의되는 내용들이 적용된다면 결국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궁극적으로 밸류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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