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통제 사슬②] '금융판 중대재해법' 책무구조도 안착 급한데…발목 잡는 이것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6.27 07:04  수정 2025.06.27 07:04

사후약방문식 제재 우려에 실효성 의문

전문가들 "사고 후 세밀한 검사 필요해"

"소수 임원에 책임 집중해야 효과 있어"

국내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는 높였음에도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왜 사고를 막지 못하는지, 제도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은행 내부통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책무구조도 안착을 가로막는 걸림돌과 미래의 내부통제 방향과 과제를 들여다본다.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전문가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 상반기 주요 은행에서 공시된 금융사고는 총 16건으로 규모는 무려 1790억392만원에 달한다.ⓒ AI이미지

잇따른 대규모 금융사고로 금융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의 안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 정부 역시 금융회사 임원의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제1호 적용 대상이 누가 될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종이 호랑이'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은행에서 공시된 금융사고는 총 16건으로 규모는 무려 1790억392만원에 달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업계에서는 은행권에 선제적으로 도입된 책무구조도가 하루빨리 적용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각사의 특성을 고려해 임원 직책별 책무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책무기술서'와 이를 도식화한 '책무체계도'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주요 업무별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즉,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임원의 책임 회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전 금융권에 도입됐다. 금융사고 적발 시점이 아닌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아직 실제 적용 사례는 없다.

"예방보다 사후 제재 초점"…실효성 논란 불거져
책무구조도가 예방적 성격보다 사후 제재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픽사베이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책무구조도가 자칫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책임 대상을 명확히 해 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는 목표와 달리, 사실상 사고 발생 이후의 제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예방 기능이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고가 터진 후에 책임을 묻는 구조이다 보니, 금융사들이 실제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하기보다는 책임 회피를 위한 방어적인 문서 작성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책무구조도의 금융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교한 제도 설계와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 "세밀한 검사와 소수 임원 책임 집중이 관건"

특히 금융사고 발생 후 검사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고 발생 시 최대한 세세하게 업무 단위를 나누어 관리 실패 지점을 명확히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여러 부서에 걸쳐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사후 검사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 과정에서 관리 의무가 실패했는지 특정하기 어려워지고, 책임 역시 여러 임원에게 분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사고에 따른 책임 배분은 소수의 임원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다수의 임원에게 배분되면 각 책임자의 부담이 적어지고, 결국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는 등 책임 전가 행태가 악순환될 수 있어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임 배분이 지나치게 파편화 되면 오히려 임원들의 책임 의식이 희석되고, 사고 발생 시 사실상 모든 임원진에 책임을 묻게 되어 금융기관과 당국의 규명 부담만 커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위험 요인을 세부적으로 인식하고 분석해 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따라 동시다발적 요인을 식별하고, 이를 임원 한 명이 일괄적으로 관리하도록 책무를 배분하는 등 위험 구조를 책무구조의 거울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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