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마니아들의 아지트로 여겨지던 ‘뮤지컬펍’이 대극장까지 진출하면서 공연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씨어터는 대학로에 자리한 뮤지컬펍 ‘커튼콜’과 손잡고 국내 최초 ‘공연장x뮤지컬펍’ 컬래버레이션 공간 ‘커튼콜 인 샬롯’을 오픈한다. 이는 뮤지컬에 F&B를 접목해 관람 경험을 넓히는 새로운 시도로서 앞서 선보인 국내 최초 스토리텔링 레스토랑 ‘몽드샬롯’에 이은 ‘샬롯 프로젝트’의 두 번째 기획이다.
‘커튼콜 인 샬롯’은 뮤지컬을 미식으로 확장한 뮤지컬펍으로, 단순한 식음료 공간을 넘어 공연의 감동을 일상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칵테일은 물론 펍 한편에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퍼포먼스까지 만나볼 수 있다. 테이블 서빙하던 직원들이 무대에 오르는 배우로 변신하여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호흡하는 콘텐츠를 선보인다.
샤롯데씨어터와의 시너지를 한층 극대화하는 콘텐츠도 함께 선보인다. 현재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 중인 작품을 주제로 한 큐레이션 공연과 다양한 테마로 이루어진 이머시브 퍼포먼스 등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공연의 연장선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첫 번째 ‘커튼콜 인 샬롯’은 오는 7월 개막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테마로 문을 열고 ‘미세스 다웃파이어’ ‘킹키부츠’ 등의 작품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샤롯데씨어터 관계자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다 깊이 있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완전한 뮤지컬적 경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그 일환으로, 샤롯데씨어터의 작품과 F&B 브랜드를 접목하여 새로운 문화 경험을 창출하고자 ‘샬롯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뮤지컬펍은 공연의 격식과 엄숙함을 벗어던지고, 술과 음식을 즐기며 라이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서 무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공연 문화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매력이다. 다만 뮤지컬펍의 인기는 주로 대학로 등 특정 지역의 소규모 공간에 한정되어 있었다. 일부 마니아층의 독특한 취미 혹은 ‘그들만의 놀이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샤롯데씨어터의 이번 시도는 이러한 뮤지컬펍을 더 넓은 대중에게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자, 수많은 대작을 올리며 한국 뮤지컬 시장을 이끌어온 샤롯데씨어터의 상징성은 뮤지컬펍이라는 콘텐츠에 신뢰와 대중성을 부여한다.
‘커튼콜 인 샬롯’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신인 배우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이다. 기존 뮤지컬펍 ‘커튼콜’의 운영 방식처럼, 이곳에서도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나 이제 막 데뷔한 신인 배우들이 서빙 직원으로 근무하며 직접 공연까지 선보이는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샤롯데씨어터는 파트너사인 커튼콜과 채용 여부, 세부 사항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내부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커튼콜 인 샬롯’은 신인 배우들에겐 이름과 얼굴을 알릴 기회이자 안정적인 수입,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관객들은 뮤지컬 스타가 될 수 있는 신예의 무대를 직관하고 응원하면서 배우와 팬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연 제작사 및 관계자들이 오가는 공간인 만큼,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인재 쇼케이스’ 형태의 기능도 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뮤지컬을 보고 싶지만, 비싼 티켓 가격과 대극장의 엄숙한 분위기에 부담을 느끼는 잠재 관객층이 분명히 존재한다”라며 “뮤지컬펍은 이러한 예비 관객들에게 뮤지컬의 즐거움을 쉽고 편안하게 경험하게 하는 훌륭한 ‘입문’ 코스가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뮤지컬 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뮤지컬펍의 대극장 진출이 뮤지컬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고, 산업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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