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이 출연했던 과거의 프로그램을 편집해 선보이는가 하면, 이미 수년 전 종영한 프로그램이 리메이크돼 돌아오기도 한다. 무려 15년 전 흥행한 영화의 출연진을 다시 소집하는 등 방송가가 콘텐츠를 다양하게 재활용 중이다. 이에 호의적인 반응도 있지만, 너무 '우려먹는'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JTBC는 ‘리메이크’와 ‘시즌제’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방송된 ‘냉장고를 부탁해’가 지난해 말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로 돌아왔으며,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방송됐던 ‘1호가 될 순 없어’는 4년여 만에 ‘시즌2’를 덧붙여 컴백했다.
돌아온 ‘냉장고를 부탁해’는 첫 방송 당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으로 인해 요리, 셰프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맞물려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지만, 무려 5년 동안 반복한 콘셉트를 ‘그대로’ 이어나가며 아쉬움을 유발했다.
톱스타들의 냉장고 속 재료들로 제한시간 단 15분 안에 요리를 완성하는 전개는 당시 ‘신박하다’는 평을 받으며 5년여 동안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원동력이 됐지만, 게스트만 바뀔 뿐 유사한 전개가 반복되는 사이 긴장감도 사라지기 시작했었다. 결국 수년의 공백기도 이 지루함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고, 결국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는 5%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1~2%대를 전전하는 ‘관심 밖’의 프로그램이 됐다.
코미디언 부부들의 일상을 담는 ‘1호가 될 순 없어’ 또한 변주 없는 전개로 이렇다 할 결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유독 코미디언 커플 중 ‘이혼 1호’가 탄생하지 않는 이유를 집중 탐구한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지만, 사실 전개를 들여다보면 연예인 부부의 일상을 담는 여느 관찰 예능과 다르지 않다.
최양락-팽현숙, 김학래-임미숙, 박준형-김지혜 등 전 시즌 활약했던 코미디언들이 출연하되 강재준-이은형, 손민수-임라라 등 시즌1 종영 이후 결혼한 코미디언들이 새롭게 합류했지만 시즌1과의 차별점을 느끼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강재준-이은형, 손민수-임라라는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이미 자신들의 일상을 더 ‘날 것’ 그대로 공유하고 있었고 이에 재탕에 삼탕까지 반복한다.
이 가운데, MBC는 새 예능프로그램 ‘아임써니땡큐’로 15년 만에 영화 ‘써니’ 출연진을 소환했다. 영화 ‘써니’ 배우들이 여행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우정 스토리를 담는 예능으로, 강소라를 필두로 김보미, 김민영 등이 출연한다. ‘써니’가 2011년 개봉 당시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이들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엔 물음표가 생긴다.
물론 tvN 예능프로그램 ‘지구오락실3’에서 출연진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에 푹 빠진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금 ‘미사’ 열풍이 분 것처럼, 명작은 시대를 떠나 늘 사랑받는 것은 사실이다.
SBS는 이재명 대통령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의 편집본을 다시금 자신들의 채널에 게재하는 등 방송사가 그간 쌓아온 아카이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영리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긍정적인 사례도 없지는 않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책, 독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파고들어 ‘책책책 책을읽읍시다’(2002)가 유튜브 플랫폼에서 일회성 프로젝트로 부활했는데, 이때 ‘이런 공익 목적의 프로그램이 그리웠다’며 시청자들이 먼저 호응한 것. 영화감독들의 단편영화 제작기를 담은 JTBC ‘전체관람가’(2017)가 ‘짧은 영상’이 흥하는 ‘새 트렌드’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이점을 바탕 삼아 티빙에서 부활했는데, 이때도 마니아들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호평이 있었다.
결국 콘텐츠를 ‘어떻게’ 우리는지가 관건이 된 셈이다. 방송사는 물론, 콘텐츠 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안전한’ 선택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미 검증된 콘텐츠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무의미한’ 재활용으로는 되려 시청자들의 더 큰 실망감을 유발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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