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모펀드에 인수된 브릿지바이오…무게추, 신약→코인으로 이동하나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7.07 14:43  수정 2025.07.07 14:53

파라택시스 홀딩스 경영권 인수로 브릿지바이오 상폐 위기 모면

임시주총서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사업 정관 추가…코인 사업 본격화 수순

기업 정체성 상실 우려·R&D 인력도 축소…브릿지바이오 "바이오 사업 지속"

브릿지바이오 홈페이지에 소개된 개발 파이프라인 항목. 브릿지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상장폐기 위기에 몰렸던 브릿지바이오가 경영권 매각을 통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인수 주체인 미국 디지털 자산 투자사가 사업 영역을 ‘코인’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히며, 브릿지바이오의 미래 먹거리도 신약이 아닌 가상자산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미국계 사모펀드인 ‘파라택시스 홀딩스’에게 경영권을 매각했다. 파라택시스홀딩스는 브릿지바이오의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50억원어치 전환사채도 납입해 지분 36.89%를 확보하며 지난달 20일 최대주주에 올랐다.


파라택시스 홀딩스는 약 1년 간의 검토 끝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브릿지바이오를 인수 대상으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자산 헤지펀드가 최대주주에 오르는 과정과 맞물려, 브릿지바이오는 오는 8월 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디지털 자산의 취득·보유·운용·매각 및 관련 투자 사업 ▲블록체인 기반 자산의 개발·유통·판매 및 기술 연구개발 등을 정관에 추가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사업으로의 본격적인 확장을 예고한 것이다.


브릿지바이오라는 사명 또한 ‘파라택시스 코리아’로 변경,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이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나 가산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파라택시스 홀딩스는 이어 총 1억 달러(약 1366억) 규모의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2호와 2500만 달러(약 341억원) 규모의 펀드 3호 조성을 공식 추진한다. 마련한 자금은 이후 브릿지바이오의 가상자산 기반 재무 전략에 사용된다.


펀드 조성과 관련해 에드워드 진 파라택시스 홀딩스 CEO는 “브릿지바이오 인수 발표 이후 파라택시스 코리아가 추진 중인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홀딩스의 초기 투자금이 한계가 있는 만큼 2호 펀드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라택시스홀딩스 인수 이후, 인사도 대폭 개편 중이다. 8월 열리는 임시주총서 에드워드 진 CEO와 앤드류 김 파라택시스 캐피털 파트너는 브릿지바이오의 사내이사로 새롭게 합류한다. 앤드류 김은 향후 출범할 파라택시스 코리아의 CEO도 맡는다. 기존 바이오브릿지 이사진은 이정규 대표를 제외하고 전원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영역 확장에 바이오 정체성 ‘흔들’
신약 개발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인사 변동에 더해, 브릿지바이오의 주력 사업도 바이오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파라택시스 코리아 CEO 내정자인 앤드류 김은 가상자산 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앤드류 김은 “미국의 스트래티지나 일본의 메타플래닛과 같은 기업들을 통해 비트코인(BTC) 재무 전략에 관심이 높아지는 점에 영감을 받았다”며 “한국을 BTC 도입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스트래티지는 원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용 데이터 분석 등을 제공하던 소프트웨어 회사였으나, 2020년 기업 자산의 상당 부분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현재는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으로 정체성이 변화했다. 파라택시스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아 브릿지바이오의 기업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BBT-877’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떠오르는 바이오텍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이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이전 계약 해지 및 글로벌 임상 2상에서 BBT-877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기술수출 기대가 무산된 데다 투자금까지 이탈하며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


실제로 2022년 30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1억원, 2024년에는 218만원까지 줄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292억원을 기록, 결국 코스닥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파라택시스의 경영권 인수로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브릿지바이오의 주주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경영권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동전주 수준에 머물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기간에 3~4배 이상 급등했다. 시가총액도 1500억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기업으로서의 정체성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력 후보물질 임상 실패와 함께 연구개발 인력도 2023년 39명에서 2024년 1분기 27명까지 줄어 사실상 바이오 사업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브릿지바이오 측은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공동 창립자는 핵심 바이오텍 사업을 계속 이끌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라며 “개발 중인 BBT-877을 포함한 핵심 임상 과제의 사업 개발 활동은 이정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사업 부문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집중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