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만 묻어버리면 끝?…'인적 쇄신' 또 빠진 국민의힘 혁신안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5.07.11 00:15  수정 2025.07.11 00:18

10일 국민의힘 혁신위 첫 회의 개최

1호 안건으로 '尹 단절' 당헌·당규 명시

윤희숙 "최고도 방식…유례 찾기 어려운 단절"

냉소적인 반응은 여전…"당원이 공감 못할 수도"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1차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윤희숙 신임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출발을 시작했지만, 혁신위를 바라보는 의구심 가득한 시선은 당 안팎으로 여전한 모양새다. 1호 안건으로 과거 행보에 대한 반성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당헌·당규에 명시하겠다고 나섰지만, 혁신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는 데다, 핵심 대목인 '인적 쇄신'이 무시됐단 점에서 냉소적인 반응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어 '국민과 당원들에게 드리는 사죄문'과 '새출발을 위한 약속'을 1호 혁신안건으로 결의했다.


내용은 △내분과 절대 다수 정당의 횡포와 폭주에 무력했던 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직면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한 점 △특정 계파, 특정인 중심의 당 운영 △당대표 강제 퇴출, 특정인의 당대표 도전 막기 위한 연판장 돌리기, 당대표 선출규정 급변을 통한 국민참여 배제, 대선후보 강제 단일화 시도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후에도 당을 쇄신하지 못하고 또다시 분열로 국민과 당원을 실망시킨 점 등 과오에 대한 반성과 사죄로 구성됐다.


새출발을 위한 약속으로는 △혁신의 혁신을 계속할 것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현장 중심정당 △사익추구와 우리편 감싸기 정치문화에서 탈피해 나라와 국민을 위한 희생과 헌신·추상 같은 자정능력 회복 시대를 선도하는 민생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데 당력 집중 △이에 역행하는 일 발생시 당원소환제 적극 가동 △공천 상향식 전환 및 당세가 약한 취약지역 적극 배려를 통한 명실상부한 전국정당 구현 등이 제시됐다.


지도부도 이를 수용했으며, 혁신위는 전당원투표를 거쳐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희숙 위원장은 이를 '최고도의 혁신안'이라고 자평하며 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 결과 브리핑을 열어 "(혁신위에서) 제일 먼저 전제 돼야 할 것은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이라며 "가장 분명히 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에서 누군가 나와 사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으나, 더 확실하게 가장 높은 수준에서 잘못된 과거와 단절되길 바랬다. 방법은 우리 당 당헌·당규에 잘못된 과거가 무엇이고 어떻게 단절하겠다는 내용을 새겨 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당헌·당규 만으로도 과거와의 단절이 충분한 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따지면 최고도의 사과 방식이다. 비대위 지도부가 이것을 수용한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전당원투표를 통과할 수 있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길목이다. 중요한 길목을 거쳐서 당원들의 마음이 모아져서 이 (정당의) 헌법에 다 넣는, 이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단절"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정작 당 혁신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적쇄신'과 관련된 내용은 이번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윤 위원장은 전날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직후 인적쇄신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윤 위원장은 당내 일각의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해 "혁신 대상이나 범위를 정하는 것은 당원이어야 하고, 당원이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혁신위의 사명"이라고 제창한 것이다. 다만 호준석 혁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위원장이 '인적쇄신이 논의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논의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모호하게 열어 두기도 했다.


전날부터 인적쇄신 자체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혁신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망해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자조 섞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이 돌연 혁신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그 자리를 윤 위원장이 잇따라 맡은 것부터 당 혁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잇따르는 것이다.


임팩트? 당원 공감? '글쎄'
"尹과 이미 단절된 것 아닌가"


실제 혁신안을 뜯어보면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성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당원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런 안건이 올라가려면 최소한 임팩트 있게 계엄과 탄핵 정국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출당 조치와 같은 게 들어가야 하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 단절을 하겠단 것은 (혁신을) 안하겠단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혁신이란 게 사람을 바꾸든지 정책을 바꾸든지 둘 중 하나인데 정책 같은 경우 딱히 바꿀만한 게 없을 것이고 사람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라면서 "그런데 인적 쇄신에 대해 (윤 위원장이) 거부 입장을 오히려 밝힌 상황이니 혁신을 하지 않겠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탈당 후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만 묻어버리는 것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단 관측 또한 제기된다. 따라서 당원 투표를 통해 1호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엄경영 소장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는 단절된 것 아니겠느냐. 예를 들어 당원들도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당이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한다고 하면 죽은 놈을 한 번 더 밟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물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자는 건 아니겠지만, 접근 방식이 문제가 있다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혁신안이) 통과될 지도 의문인데, 어떤 실익이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지 않느냐. 구체적으로 어떻게 단절할 것인지, 이게 상징적인 것인지 등 (이해하기 어렵다)"이라며 "인적쇄신을 당 기조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방침의 경우) 당장 가시화되고 효과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면적으로 인적쇄신도 딱히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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