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돈 줄 막혔다”…‘6억 한도’ 규제에 엇갈린 잠실 진·미·크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7.08 07:00  수정 2025.07.08 07:00

분양 일정 따라 진주 ‘안도’-미성·크로바 ‘타격’

수분양자 잔금 납부 문턱 높아져 일대 패닉

현금 부자·무주택자 위주로 청약 시장 개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잠실 르엘’ 단지 전경.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조합원들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입니다. 우리 조합원 대부분이 은퇴 세대인데 당장 어디서 자금을 마련하겠습니까. 외부 주택을 팔거나 전세를 끼고 들어가야 하는데 25평 아파트 한 채만 매도해도 양도세만 8억 원이 나옵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6.27 대출 규제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송파구에서는 잠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잠실 르엘’이 직격탄을 맞았다.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을 추진한 인근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잠실 진주아파트)’가 지난해 10월 분양 공고를 내 규제 시행 시점을 피해가며 대출 규제 적용을 피한 것과 대조적이다.


7일 기자가 방문한 잠실 진주와 미성·크로바는 비슷한 시기, 인접한 위치, 유사한 사업규모로 잠실을 대표하는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곳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실미성·크로바를 재건축한 잠실 르엘은 오는 12월 준공을 앞두고 분양가를 조율 중이다. 이달 25일 송파구청에서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말 일반 분양 공고를 모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13개 동에 총 191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일반 분양 물량은 219가구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며 2·8호선 잠실역·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 초역세권 단지다.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이른바 ‘로또 분양’이 기대되는 곳이다.


인근 시세를 감안하면 분양가는 평당 6000만원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는 3.3㎡당 5409만원, 전용 84㎡ 기준 최고 19억870만원에 책정됐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잠실 르엘(왼쪽)’과 ‘잠실 래미안아이파크’ 단지 전경.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그러나 정부의 대출 규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 구입을 위해 받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이주비 대출과 잔금 대출에 대해서도 6억원 상한이 적용된 것이다. 다만 중도금 대출은 제외됐다.


잠실 르엘이 분양가상한제 적용단지다. 84㎡ 분양가가 20억원 대에서 정해진다고 보면 최소 현금 14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아도 잔금 시점에 이를 전액 상환해야 대출이 가능한데 이마저도 최대 6억원까지만 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 분양 청약 경쟁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세입자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던 조합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동선 잠실미성크로바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대출 규제 발표 이후 하루에도 수십 통씩 조합원들의 전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반 분양도 로또 분양으로 평가되며 청약 경쟁률이 300~400대 1까지 예상됐는데, 절반정도로 떨어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르엘처럼 입주를 앞둔 대규모 단지는 대출 제한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도 “현금 여유가 있는 자산가들 선호도가 커서 수요 층은 여전히 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는 올해 12월 입주를 앞두고 분양 계약자들이 순조롭게 입주 준비 단계에 있다. 다만 해당 단지도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려면 6억 한도 규제를 피할 수 없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조치 역시 지난달 27일까지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만 예외가 적용된다.


7월 기준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전용 84㎡ 전세가는 13억~15억대로 인근 단지 대비 1억~3억원 높게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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