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납작, 저건 천도”…복숭아 고르기 AI가 돕는다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7.09 14:00  수정 2025.07.09 14:00

농진청, 복숭아 유전체 94만개 분석해 분자표지 개발

모양·털 유무 조기 판별…납작 복숭아 선별도 쉬워져

반도형(납작) 복숭아. ⓒ농촌진흥

농촌진흥청이 디지털 육종 기술을 도입해 복숭아 품종 개발 효율을 크게 높였다.


열매 모양과 털 유무를 어린나무 단계에서 미리 판별할 수 있는 분자 표지를 개발해, 육종 기간과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복숭아 품종은 202점으로 사과(97점), 배(58점)보다 각각 2.1배, 3.5배 많다. 소비자 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기존 육종 방식으로는 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 10000그루 이상의 나무와 1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농진청은 2021~2023년 자체 보존 중인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94만4670개의 유전 정보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성을 갖는 ‘복숭아 핵심집단’ 150점을 선발하고, 여기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복숭아의 모양(원형/납작형)을 구분할 수 있는 분자 표지와 ▲껍질에 털이 있는지 없는지(복숭아/천도)를 구분할 수 있는 분자 표지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열매가 달리지 않은 어린나무 단계에서도 형질을 사전에 판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납작 복숭아를 고르기 위해 기존에는 3~4년 뒤 열매가 달린 후 1000그루 중 선별했지만, 분자 표지를 활용하면 어릴 때 500그루만 선별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육종 비용과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모양 판별 분자 표지는 현재 특허 출원(10-2025-0086596)을 완료했고, 털 관련 표지도 출원을 앞두고 있다. 향후 농진청은 복숭아의 신맛, 조숙성 등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과 관련된 분자 표지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디지털 육종은 복숭아 품종 개발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라며 “분자 표지의 활용이 확대되면 품종의 개성이 다양해지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진청은 1976년 국내 1호 복숭아 ‘유명’, 1993년 첫 천도 ‘천홍’을 시작으로 다양한 복숭아 품종을 개발해 왔다. 최근엔 시지 않고 달콤한 천도 ‘옐로드림’, ‘설홍’, ‘이노센스’ 등을 출시하며 품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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