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오피스 변신 시발점 되나
민관 협력 하에 리모델링 '순항'
'닮은꼴' 신도림 디큐브도 주목
서울 성동구 엔터식스 한양대점이 3년 간의 공실 악몽을 털어내고 새 단장을 마쳤다. 텅 빈 쇼핑몰에서 첨단 오피스로 다시 태어난 과정은 대형 상업시설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숲더샵 상가(옛 엔터식스 한양대점)는 연내 입주를 목표로 오피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개장 당시 1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몰락했다. 2020년부터 점포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2021년 리뉴얼을 목표로 남은 점포에 대한 정리가 진행됐다. 하지만 리뉴얼은 지지부진했고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6개층이 통째로 공실로 남았다.
불과 400m 떨어진 '엔터식스 왕십리역'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지하철 4개 노선이 만나는 왕십리역과 직결된 덕에 유동인구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숲더샵 상가의 전환점은 2023년 말 찾아왔다. 부동산 투자개발사 GRE파트너스는 1100억원에 건물을 인수하며 750억원을 추가 투입해 대대적인 오피스 리모델링에 나섰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알스퀘어가 개발 기획부터 설계, 시공, 임대, 운영관리까지 전 과정을 맡았다.
리모델링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피스 임대율 100%를 달성했다. 서울숲더샾 타워1동과 타워2동 기존 상가 부분은 업무시설로 녹십자그룹과 알스퀘어, 성동구청(성동50플러스센터)이 나눠 사용키로 했다. 타워3동에는 상업시설이 마련된다.
GC녹십자그룹은 전체 1만1000평 중 8000평 이상을 통째로 임차하기로 했다. 여러 곳에 흩어진 계열사들을 한 곳에 모으는 통합 사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알스퀘어 역시 본사를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상업시설에는 녹십자그룹이 운영하는 건강검진센터부터 병원, 약국, 카페, 식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생활편의시설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유치도 협의 중이다. 아울러 고급형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로 녹십자그룹 구내식당 및 카페도 입주민이 할인을 받아 이용할 수 있게 협의됐다.
성동구청은 '타운매니지먼트' 개념을 도입하고 용도변경에 협조하는 등 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다. 타운매니지먼트는 주민, 기업, 지자체가 함께 지역을 관리하는 민관 협력 모델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달 성수 타운매니지먼트 출범식에서 "행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성장이 전체의 성장이 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조율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슷한 상황에 놓인 신도림 디큐브시티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이 폐점하고, 사업계획이 표류하면서 장기 공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물주인 이지스자산운용은 기존 백화점 공간의 절반은 스타필드를 중심으로 한 판매시설로 유지하되, 나머지 공간은 프리미엄 오피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서울숲더샾 상가도 3년을 버티다 용도변경을 통해 활로를 찾았다"며 "디큐브시티도 개발 방향이 빨리 확정되어야, 주변의 불안감이 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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