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후보들, 본경선 진출 놓고 예비경선
당권주자 따라 '주류 vs 혁신' 나뉘는 모양새
차기 지도부 안정성 위해 물밑 접촉 가능성
분열 일으킬 수 있는 '계파 대리전'에 우려도
8·22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내 최고위원 경쟁이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최고위원 후보들이 당권주자를 따라 소위 혁신파와 주류파로 나뉘어지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당원들의 선택에 따라 지도부의 미래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고위를 구성하는 최고위원들이 당권주자와 어떤 호흡을 보이느냐에 따라 지도부의 명운이 결정되는 만큼, 어떤 후보들이 당선되느냐가 향후 당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5일 오전 10시부터 이틀간 8·22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여론조사에 돌입했다. 7일에 발표되는 이번 예비경선 결과는 이른바 '당심(책임당원투표)'과 '민심(국민여론조사)'을 각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국민의힘은 김문수·안철수·장동혁·조경태·주진우 등 5인의 후보 중 4인만 이번 본경선에 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김근식·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신동욱·양향자·장영하·최수진·함운경·홍석준·황시혁 등 12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에선 8명만이 본경선에 오를 전망이다.
당대표 후보들은 혁신파와 주류파, 중도파로 나뉘어진 상태다. 당의 직전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후보와 장동혁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면서 최근 불거진 '전한길 입당 논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주류파다. 조경태·안철수 의원은 계엄·탄핵과의 단절과 강도 높은 인적쇄신·청산을 주장하는 혁신파로 분류된다. 주진우 의원은 이른바 중립 지대를 선점해 중도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최고위원 후보들도 당권주자들과의 직·간접적인 동행에 나서면서 주류파와 혁신파로 나뉘는 모양새다. 우선 6·3 대선 당시 김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활약했던 김재원 후보는 장영하 후보와 함께 '김문수계'로 분류된다. 실제로 두 후보는 지난 4일 김 후보의 대전 일정에 동행하기도 했다.
또다른 주류파로 불리는 장동혁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 중 현역 의원인 신동욱·최수진 의원과 함께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장 후보는 지난 1일과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신 의원과 최 의원의 최고위원 출마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올린 바 있다.
신 후보는 지난 4일 YTN라디오에서 "전한길 강사가 주장하는 것 중에 맞는 것들도 많다"며 전한길 씨와 유튜브에 함께 했던 장 후보와 궤를 함께하는 발언을 꺼내들었다. 최 후보는 탄핵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각하 촉구 탄원서에 이름을 올리고 릴레이 시위에 참여했다. 다만 현역 의원이 가진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신 후보와 최 후보가 굳이 특정 당권주자와 관계를 형성하지 않고 독자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것이란 시선도 적지 않다.
나경원 의원의 당대표·대선 캠프에서 활약하며 뜻을 함께 했던 김민수 전 대변인도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주류파로 분류된다. 윤석열 정권에서 강서구청장 재보선 공천을 받았던 김태우 후보도 탄핵 정국 당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지켜드리자"고 발언하면서 주류파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반모'(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에서 활동했던 손범규 후보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홍석준 후보 역시 같은 이유에서 주류파로 분류된다.
혁신파 사이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가 확보하고 있는 표심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뽑는 투표가 진행된다"며 "침몰이 예정된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극복하고 쇄신과 개혁, 이재명 정권 견제를 당당하고 유능하게 감당할 수 있는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뽑아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 전 대표가 언급한 쇄신·개혁과 가까운 목소리를 내는 당권주자로는 조 후보가 꼽힌다. 안 후보도 혁신파로 분류되지만 한 전 대표나 친한계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현재 최고위원 후보 중 혁신파로 볼 수 있는 후보는 김근식 후보, 양향자 후보, 함운경 후보 등이다.
이 가운데 친한계로 분류할 수 있는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한동훈 캠프에서 정무조정실장을 지낸 김 후보와 국민소통본부장을 지낸 함 후보다. 양향자 후보도 지난 대선 경선 당시 한동훈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었다. 여기에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현역 의원인 우재준 후보 역시 친한계로 분류되는 만큼 혁신파의 이름을 걸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최고위원 당선자가 당대표와 맞지 않는 색채를 띄는 결과가 도출될 경우, 지도부의 붕괴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는 배현진·윤영석·조수진·정미경 등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로 지도부가 해체되는 파국을 맞앗다. 아울러 한동훈 지도부도 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 등 최고위원의 사퇴로 붕괴되기도 했다.
특히 최고위원 투표는 1인 2표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당대표 경선보다 예상하기가 더 까다롭다. 그런만큼 당 안팎에선 점점 선명해지고 있는 최고위원 간의 선을 당권주자에 맞추는 것이 지도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번 전대에 러닝메이트제가 금지됐지만 발언이나 행동들을 보면 어떤 후보와 같이 가려하는지가 보인다"며 "어떤 방향으로 당을 이끌고 가려던지 최고위원의 도움 없이는 안 되기에 누구와 함께 가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계파를 앞세우는 형식으로 가면 당내 분란만 커질 수 있어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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