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창극 ‘심청’과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더 드레서’ 등이 포함된 ‘2025~2026 시즌 레퍼토리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8월 20일부터 2026년 6월 28일까지 313일간 이어지는 이번 시즌에는 신작 25편, 레퍼토리 15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8편 등 총 72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림 국립극장 ‘2025-2026 레퍼토리 시즌’ 간담회에서 “최근 열풍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 갓, 도포, 까치, 호랑이 등 한국적인 것들이 많이 나온다. 요즘 한국 문화의 위상이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고 느낀다”면서 “이번 시즌제에서도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소망한다”고 바랐다.
국립극장은 2012년부터 1년 단위의 공연 프로그램을 사전에 기획·공개하는 레퍼토리시즌 제도를 도입해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3개 전속단체 레퍼토리 및 기획 공연 레퍼토리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그 결과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4년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 최우수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립극장 25-26 시즌은 ‘함께, 더 멀리’라는 슬로건 아래 동시대 예술과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는 극장을 지향한다. 그 일환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아우르는 국립극장 축제 브랜드 ‘창극중심 세계음악극축제’(9월 3~28일, 해오름·달오름·하늘극장) ‘2025 대한민국 전통춤 축제’(10월 30~31일, 해오름극장)를 선보인다.
전통의 확장을 모색하는 전속단체의 다채로운 시도도 이어진다. 국립창극단은 연출가 요나 김과 손잡고 신작 ‘심청’(9월 3~6일, 해오름극장)을 선보인다. 판소리 ‘심청가’의 익숙한 서사를 뒤집고, ‘심청’을 사회적 약자의 상징으로 새롭게 그려낸다. 또 조선 후기 궁중무용 정재를 집대성한 효명세자를 주인공으로 한 창극 ‘효명’(’26년 6월 23~28일, 해오름극장)도 무대에 올린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인문학 콘서트 ‘공존’(Survive)(’26년 6월 26일, 달오름극장)을 통해 AI와 예술과의 공존 가능성을 실험한다. AI 작곡 기술을 활용한 창작 집단 ‘포자랩스’(POSALABS)와 협업, AI 기술의 발달과 창작의 의미에 얽힌 질문을 던진다.
전통예술의 깊이와 본질을 정공법으로 되새기는 무대들도 계속된다. 국립무용단은 ‘거장의 숨결’을 통해 한국 창작춤의 거장 조흥동, 배정혜, 김현자, 국수호의 대표작을 무대에 올리며 시간 속에 축적된 춤의 깊이를 되돌아본다. 국립창극단의 ‘이야기가 있는 판소리(가제)’는 명인들의 소리를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공연으로, 전통과 함께 해온 이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이라는 이름 아래 중장기적으로 진행된 전속단체별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이 이번 시즌 본격적인 결실을 맺는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Ⅱ ‘2025 작곡가 프로젝트’(9월 10일, 해오름극장), 국립창극단 ‘창극 작가 프로젝트 시연회’(9월 27~28일, 하늘극장), 국립무용단 ‘2025 안무가 프로젝트’(11월 6~9일, 달오름극장)에서 전속단체별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한 신진 창작자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국공립 및 민간 예술단체와의 공동주최 공연도 한층 확대된다. 올해 국립극장으로 터전을 옮긴 국립극단은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위험한 놀이터’(8월 28~31일, 하늘극장)를 시작으로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10주년 공연(11월 21~30일, 해오름극장), 조광화 연출의 신작 ‘조광화의 신작(가제)’(’26년 5월 22~31일, 해오름극장) 등 총 세 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민간 예술단체와의 협업으로는 연극 ‘더 드레서’(12월 27일~’26년 3월 1일, 달오름극장)가 주목할 만하다.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가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가 극장의 의상담당자로 일하며 겪은 경험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한국 공연계의 산증인 송승환이 ‘선생님’ 역을 맡아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송승환은 “1968년 명동에 국립극장이 있던 시절, 연극 데뷔작인 극단 광장의 ‘한마을 사람들’로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다. 그로부터 57년 만이고, 남산에 국립극장이 지어지고 나서는 이번이 처음 서는 무대”라며 “민간 단체와 국립극장의 협업이 연극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민간이 가진 특별한 창의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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