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 잡기 먼저”…내수 침체에도 금리 동결
대출 규제로 이미 매수세 위축 속 거래량 급감
“당분간 조정 국면 유지…추가 인하 변수 남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주택 시장은 관망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수도권 일대 집값 상승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지만 이미 단행된 대출 규제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단행된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여파로 주택 시장에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관망세가 확산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동결로 인한 변화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0.25%포인트(p) 인하를 단행한 이후 추가 인하 없이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을 택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크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급등한 서울·수도권 일대 집값 안정화에 더 무게를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지난해 8월보다 빠르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도권 지역에서 번져나가면 젊은층 절망감부터 시작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규모는 이전 계약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쳐 예상할 수 있고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면서도 “가격이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5월에 이어 이달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할 경우 매수 심리가 또 다시 살아날 수 있단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주택 시장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도 살펴봐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되면서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묶였다. 주택 매수 시 6개월 내 전입신고 해야 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전면 금지됐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천정부지 치솟던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도 한 풀 꺾인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43%로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상승 폭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매매가격 상승률은 0.40%로 소폭 줄어든 데 이어 지난 7일 기준 상승률은 0.29%까지 내려왔다.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6·27 대책 발표 이후 열흘(6월 28일~7월 7일)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시행 직전 열흘(6월 18~27일) 대비 83.8%(2972→480건)나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금리 동결에 따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등 영향으로 당분간 시장은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물가도 중요하지만 집값이 너무 과열된 탓에 6·27 대책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대책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한은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과 비례해 집값이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정부에선 이런 부작용을 먼저 잡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내수 부진이 심각해서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집값에 문제가 있다 보니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인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추가 인하 변수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하반기 한 차례 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과열 해소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부동산 수요 억제책이 동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위원은 “경기가 안 좋은 만큼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하될 거라고 다들 예상했었는데 집값이 잡히면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과열이 지속된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올해 한 차례 더 인하되더라도 갑자기 수요자들의 포지션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연속 인하가 단행되면 시장도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내년 초 쯤에는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에 앞서 더 강한 규제책으로 수요를 묶어둔 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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