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HMM·동남투자은행까지…정권 초 속도전
김경수와 지방시대위·부산 유일 현역 전재수 전면에
해수부, 李 지시 16일 만에 임시청사 확정…연내 이전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 초반부터 이례적으로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겨냥한 '속도전'에 나섰다. 해양수산부의 연내 부산 이전 지시를 시작으로, 해운기업 HMM의 이전 추진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임명까지, 행정·정무 자산을 총동원한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이재명 정부가 PK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는 동시에, 국민의힘을 대구·경북(TK) 지역에 고착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PK 집중 행보는 단순한 지역 균형발전 차원을 넘어, 정권 초반 정치 지형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정무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PK 지역을 향해 유례없는 속도와 밀도로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해당 지역에서의 구조적 정치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6월 3일 조기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부산에서 40.14%를 득표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51.39%를 기록해 11.25%p 격차를 기록했다. 이에 앞선 2024년 4월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부산 지역구 18석 중 단 1석만을 확보한 반면, 국민의힘은 17석을 석권했다. 민주당으로선 부산 지역에 사실상 '교두보'가 없는 만큼, 해수부 이전을 비롯한 핵심 자산 배치를 내세워 전방위 공세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경남에서도 민주당과 12.59%p의 격차로 보수 표심의 견고함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PK 중 '울산'에서는 양당 대선 후보 지지율 간격이 5.03%p 차로 좁혀졌다. 이에 민주당은 울산에서의 접전 양상을 PK 공략의 실마리로 보고, 전략적 균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해수부의 부산 연내 이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지난 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해수부 이전을 비롯한 부산 지역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는 당부를 하며 지역 기반 재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해수부 이전 가지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은데, 국토 균형 발전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일부 중앙정부 행정기관을 부산으로 옮기는 그 타당성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달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은 기대가 꽤 많은 것 같은데 관련해서 HMM 이전 문제, 더해서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 문제도 속도를 내서 진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도 올해 안에 부산 이전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는 등 이 대통령의 지시에 신속하게 응답했다. 해수부는 지난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이 대통령이 '연내 부산 이전' 지시를 한지 16일만에 청사 위치를 결정했다.
이와 맞물려 김경수 위원장은 2021년 7월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을 받으며 지사직을 상실한 뒤 약 4년 만에 공직 복귀를 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과 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김 위원장은 경선 이후 선거대책위원회 총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대통령을 지원해왔으며, 이번 임명으로 다시금 국정 전면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경남도정을 맡아 초광역 협력 모델 구상과 지역 균형발전을 주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취임을 하며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해양수도 건설'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돼 꼭 필요함을 강조하며 세종시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지방시대위원회는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 전략, 행정수도 완성, 권역별 발전 구상 등 전국 재편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PK 지역을 향한 이재명 정부의 구체적 청사진이 속도감 있게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위원장으로의 역할이 우선인 만큼 지방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없으나, 당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김 위원장의 경남도지사 재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부산 유일의 민주당 현역 의원인 전재수 의원(부산 북갑)은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되면 해수부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민주당이 다가올 지선 PK에서 반전을 이룰 경우엔 국민의힘이 'TK당' 프레임에 갇히고 외연 확장의 명분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당내 권력 구조를 전면 쇄신하지 못한 채 TK 중심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유권자, 중도층에 대한 설득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PK 공략에 사활을 거는 것은 국민의힘을 정말 TK당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기회와 타이밍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전략과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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