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상호관세 협상서 농축산물 개방 가능성 시사
후계농·한우협 “FTA로도 충분…추가 개방 반대”
정부가 한미 상호관세 조정 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의 관세·비관세 장벽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백브리핑에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한미 관세 협상을 진행한 데 대해 “미국이 농축산물 수입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농축산물은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어떤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더라도 민감한 분야”라며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되 협상 전체의 틀 속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매년 발표하는 ‘외국무역장벽보고서(NTE Report)’ 등을 통해 한국의 과도한 비관세 조치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표시제 및 검역 규제 등이 있다.
실제 미국쇠고기생산자협회와 육류연구소 등은 한국이 30개월령 이하 소고기만 수입하고, 소의 작은창자·혀 등 특정 부위 수입도 금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들은 중국·일본·대만 등 주요 교역국이 관련 제한을 완화한 사례를 들며, 한국의 조치가 무역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미대두협회와 전미대두수출위원회 역시 미국산 유전자변형 대두의 검역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생명공학산업협회는 LMO 농작물 수입 규제와 검역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농축산물이 관세 협상의 교환 카드로 거론되자, 농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통상 당국이 농축산물의 관세·비관세 장벽 완화를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는 정황이 알려지며 농촌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한국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국 중 5위이며, 한·미 FTA 발효 이후 사실상 대부분의 농축산물 관세를 철폐했다”며 “그 결과 지난 15년간 대미 수입이 56.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관세·비관세 장벽을 추가로 완화할 경우 사실상 완전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농업 생산기반의 붕괴까지 우려된다”면서, “동식물 위생·검역과 LMO 관련 규제는 국민 먹거리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단순한 농업인의 이해관계를 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국한우협회도 14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농축산물 수입장벽 추가 완화를 시사한 것은 농축산업의 고통과 희생을 전제로 한 협상 전략임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다른 산업들이 성장하는 동안 농축산업은 희생만을 감내해왔고, 결국 퇴보해 왔다”며, “아이러니하게도 한·미 통상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고 있는 미국이 ‘상호관세’라는 명분 아래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우리 정부가 상호관세 원칙을 내세워 미국산 소고기에 25% 관세 부과를 요구하는 것이 더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