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부 무죄③] 'AI·반도체 패권' 경쟁 속…'뉴삼성 경영' 본격 시험대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7.17 11:45  수정 2025.07.17 14:04

17일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대법원 무죄 확정

8년에 걸친 사법 족쇄 풀어...'뉴 삼성' 기대감 커져

반도체 리더십 회복 시급..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에도 본격적인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의 '현재이자 미래'인 반도체 사업에서 리더십과 경쟁력을 다시 세우는 것이 이 회장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대법원 최종 선고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면서 이 회장은 오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이번 무죄 확정이 한 개인의 법적 판단을 넘어, 삼성그룹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의미에서 '뉴 삼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이 온전히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만큼, 삼성의 주요 전략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人"

그 중심엔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반도체 부문의 부진 탈출이 시급한 과제다.


당장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며 주요 고객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주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D램 사업을 영위한지 33년 만이었다. 마이크론(미국)과 CXMT(중국)의 거센 추격도 받고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 1위 TSMC와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TSMC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한 만큼 올 상반기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3위 업체들의 추격까지 거세지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에서 각각 반등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비메모리 부문은 글로벌 빅테크의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물량이 대만 TSMC에 집중되면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2나노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이 수주 사업인 만큼 실적 실현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실적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현재 30~40%대에 머물고 있는 수율을 단기간 내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메모리 부문은 HBM3E와 HBM4 제품의 고객사 인증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로 예상됐던 엔비디아 HBM3E 12단 제품 인증이 하반기로 미뤄졌고, 차세대 제품인 HBM4 역시 하반기 인증 과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무죄 확정은 이러한 전략에 명확한 추진력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크리스탈 패ⓒ연합
리스크 없어졌다...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재계 일각에선 이 회장의 진짜 시험대가 지금부터라는 시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무죄가 확실시 되는 상황인데, 확정이 되더라도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는 눈에 그려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지금이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그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며 위기를 극복해왔다. 기술력을 지닌 기업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삼성의 경영 능력이 더해져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왔다. 실적 효자가 된 하만이 대표적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아닌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 한정된다. 최근 인수를 체결한 독일의 플렉트 그룹과 미국의 젤스 역시 DX 부문의 관리 속에 신성장동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미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우리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반도체를 국가산업으로 지정하며 보호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유망한 반도체 기업과의 M&A는 불가능에 가깝다.


온전히 고도의 기술력과 탄탄한 로드맵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기술 리더십을 되찾고 다시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반도체 산업의 시선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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