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의 작품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기존 익숙한 고전 명작은 물론이고, 고전 원작의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적 메시지, 새로운 시선 그리고 다채로운 장르적 변화를 더해 고전의 생명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고전 명작의 현대적 각색은 단순히 시대 배경을 옮기거나 등장인물의 옷차림을 바꾸는 것을 넘어선다. 원작의 보편적인 주제 의식과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하면서, 동시에 오늘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다. 작품은 광란의 1920년대 시대상을 투영한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꿈과 사랑, 욕망이 뒤엉킨 이야기를 그린 원작을 유지하면서도, 원작에선 서술자였던 닉 캐러웨이의 관점은 물론 데이지 뷰캐넌, 조던 베이커, 톰 뷰캐넌 등 다양한 인물의 시선을 통해 제이 개츠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차별점을 지닌다. 단순히 스토리의 재구성을 넘어, 원작이 던지는 부와 사랑, 계급 사회에 대한 질문을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금 던진다.
지난 5월 공연한 ‘보이스 오브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각색한 1인극으로, 햄릿의 광기와 고뇌를 ‘목소리’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햄릿의 내면에서 갈등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한 명의 배우가 소화하며, 그의 복잡한 심리 상태와 고뇌를 밀도 있게 전달한다. 이는 햄릿이라는 인물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는 동시에,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현대적이고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한 시도다.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를 원작으로, 국립극단이 공연한 연극 ‘십이야’는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되, 조선시대 농머리(현재 인천 중구 삼목선착장 일대)로 배경을 옮기고, 세바스찬, 바이올라 등 원작의 배역 이름도 모두 한국식으로 바꾸면서 친근한 웃음을 선사한다.
현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유머와 낭만을 살리면서도, 셰익스피어의 창작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셰익스피어가 겪는 슬럼프와 영감을 얻는 과정, 그리고 작품 속 인물들이 현실에 투영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예술가의 고뇌와 희열을 동시에 담아낸다.
이 같은 고전 명작의 변주는 단순히 옛것을 답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한국 공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된 작품들은 젊은 세대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익숙한 이야기에 새로운 해석이 더해지면서, 고전 공연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을 유입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또 원작의 틀 안에서 다양한 장르적 시도와 메시지 전달 방식을 실험하면서 공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변주된 작품을 통해 원작을 찾아 읽거나 연구하는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고전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고전 명작의 변주는 앞으로도 한국 공연 시장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데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고전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통해 더욱 풍부한 의미를 지닌 콘텐츠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원작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효과적으로 현대적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자극적인 요소만을 추구하거나 원작의 주제 의식을 왜곡하는 방식은 오히려 관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고민을 담아내는 섬세한 각색 작업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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