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산업 현장 속으로" LG, 엑사원 생태계 이식한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7.22 13:17  수정 2025.07.22 13:17

온프레미스·정밀의료·멀티모달 이어 데이터·추론 인프라까지

"에이전틱 AI 넘어 실제 물리적 환경을 제어하는 피지컬 AI로"

2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5'에서 임우형 LG AI연구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임채현 기자

LG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넘어 ‘AI 산업 인프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모델 하나의 성능 경쟁을 넘어, 데이터를 만들고 학습하고 실행까지 하는 전 과정을 통합한 '엑사원 생태계'를 공개하며 한국형 AI 플랫폼의 미래를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2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5’에서 LG AI연구원은 하이브리드 모델 ‘엑사원 4.0(EXAONE 4.0)’을 비롯해 멀티모달 AI, 정밀의료 특화 모델, 데이터 자동화 파운드리, 기업형 온프레미스 시스템 등 자사의 AI 기술과 서비스 전반을 집약해 선보였다.


엑사원 4.0은 기존의 대형 언어모델(LLM)에 고차원 추론 능력을 결합한 국내 첫 하이브리드 AI 모델이다. 고성능 32B 모델은 GPT-4o와 비교 가능한 수준의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했으며, 온디바이스용 경량 1.2B 모델도 글로벌 동급 모델을 상회하는 성능을 보였다고 LG는 강조했다.


LG AI 연구원 측은 "특히 문서·차트·이미지·분자 구조식까지 인식하는 비전-언어 멀티모달 모델 ‘엑사원 4.0 VL’은 메타(Meta)의 Llama 4 Scout보다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밀의료 영역에서는 병리 이미지를 통해 유전자 변이를 예측하는 ‘엑사원 패스 2.0’을 소개했다. 이는 기존 2주 이상 소요되던 유전자 검사를 1분 이내로 단축 시킬 수 있는 모델이다. 서울대 백민경 교수와의 협업으로 진행 중인 ‘멀티스테이트 단백질 구조 예측 AI’도 공개됐다. 알파폴드가 정적인 단백질 구조에 머물렀다면, 엑사원 기반 모델은 활성화·억제 상태에 따른 구조 변화까지 예측하는 차세대 기술을 목표로 한다.


LG AI연구원은 이번 발표에서 ‘엑사원 생태계’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단일 모델의 성능에 집중하던 초기 AI 전략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AI 워크플로우 전체를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데이터 자동화 플랫폼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다. 이 플랫폼은 전문가 수십 명이 수개월간 수작업으로 구축하던 학습 데이터를 하루 만에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민연금공단과의 실증 프로젝트에서는 해당 파운드리 기반으로 생성한 데이터로 튜닝한 모델이 기존 모델 대비 높은 정책 판단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LG는 밝혔다.


AI 추론 인프라 측면에서는 기업 시스템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AI 모델을 운용할 수 있는 ‘엑사원 온프레미스’ 솔루션을 소개했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기업 환경을 위해 설계된 이 시스템은 LG와 국내 AI 반도체 업체 퓨리오사AI가 협력해 구축했다. LG는 “추론 성능 대비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기업 내부망에서도 대형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비스형 AI로는 워크 에이전트 ‘챗 엑사원’이 소개됐다. 현재 LG 임직원 5만 명 이상이 활용 중인 이 시스템은 문서 요약, 기획서 작성, 심층 분석 등 기업 내 업무 흐름 전반을 자동화하며, ISO 인증을 통해 민감한 문서까지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보안성을 갖췄다. 향후 산업·공공 분야까지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개된 API 버전의 엑사원은 별도 인프라 없이 호출만으로 사용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프렌들리AI와의 협력을 통해 외부 개발자와 일반 사용자도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제공되며, LG는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ChatGPT의 10분의 1 수준 요금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는 이날 행사에서 ‘AI가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실행하는 주체로 확장된다’는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이른바 ‘피지컬 AI’다. 이홍락 LG AI연구원장은 “AI가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직접 제어하는 기술로 나아가는 중”이라며 “스마트팩토리, 물류 현장 등에서 AI가 실시간 의사결정과 실행을 함께 수행하는 시스템을 실증 중”이라고 밝혔다.


임우형 LG AI연구원장은 “엑사원 생태계는 단순한 모델 공개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AI 시스템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전략”이라며 “기술 독립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LG AI 연구원은 지난 2020년 설립된 국내 그룹 최초 AI 연구원이다.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엑사원을 진화시켜 상품기획, 구매, 제조, 영업 마케팅, 물류, 고객지원 등의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엑사원을 활용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LG AI 연구원은 "향후 기업들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AI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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