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무너진 남북관계 폐허 위에 서있어"
李대통령이 보낸 이유에 대해 "관계 개선 특명"
취임식 전 부처 명칭 변경에 "우선순위는 아냐"
北 향해 '강대강'의 시간을 끝내고 '선대선'으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오늘의 통일부는 완전히 무너진 남북관계의 폐허 위에 서 있다. 이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복원, 통일부 정상화는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다시 통일부 장관으로 보낸 것은 무너진 한반도의 평화를 복원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특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내란(內亂)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통일부의 무력화를 통해서 한반도 평화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부러뜨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년간 반북 대결 노선은 남북관계를 적대감에 가득 찬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실종된 평화는 국민의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면서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이끌어야 할 통일부 조직은 축소됐고 역할과 기능은 왜곡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의 대전환을 통해 실종된 평화를 회복하고 무너진 남북관계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판문점을 방문해 남북 직통전화 수화기를 들었다고 전하며 먹통인 전화기 앞에서 "다시 한번 무거운 마음으로 분단국가의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역사적 소명을 다시금 되새겼다"고 했다.
그는 향후 통일부 운영 방향으로 △남북 간 평화공존 실현 △평화경제와 공동성장 기반 마련 △국민주권에 기반한 대북정책 추진 △통일부 조직 정상화 등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해묵은 냉전의 언어를 거부하고, 적대와 대결이 아닌 화해와 협력의 편에 서 달라"며 국민의 동참도 호소했다.
정 장관은 "과거 개성공단이 민간의 땀과 헌신으로 이뤄졌듯이, 새로운 평화경제의 미래 역시 민간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남북 간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한반도 인공지능(AI) 모델'과 같은 첨단형 미래 협력 모델도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하도록 할 것"이라며 "국회와의 초당적 협력을 위한 방안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통일부는 평화를 재건하는 평화부,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부, 통합을 선도하는 통합부로 거듭날 것"이라며 "통일부 장관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반도 평화특사'의 역할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유의 북진이 아닌 평화의 확장으로, 적대와 대결이 아닌 평화와 협력으로 가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멈춰 서버린 1단계 화해 협력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특히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이후 북측의 상응 조치가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강대강'의 시간을 끝내고 '선대선'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해, 남북 간 신뢰 회복과 접촉 재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남북관계의 모든 것이 폐허"라면서도 "벽돌 한 장 한 장 다시 쌓아 올려 남북관계의 집을 짓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2000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그리고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면서 "엉킨 실타래를 풀되, 푸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함께 옷 한 벌을 지어 입자. 이것은 5000년 역사의 명령이고 현재의 의지이고 미래를 후대들에게 떠넘기지 않아야 할 도리"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취임식 전 취재진과 만나 "하루빨리 (남북) 연락 채널을 복구하고 대화를 복원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남북 간의 일체의 대화가 중단된 지 6년, 너무나 긴 세월이었다"고 밝혔다.
통일부 명칭 변경 논란에 대해선 "뭐든지 우선순위가 있는데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 장관은 후보자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통일부 명칭에서 '통일'을 빼는 변경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한반도부' 등을 대안으로 거론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회담과 교류·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대폭 축소된 통일부 정원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묻자 "곧바로 정상화, 복원하도록 하겠다"며 "사기도 아마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되돌려 놓는 것이 먼저 할 일"이라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감축하기 전에 (정원을) 회복시켜달라는 요청을 이미 해 놓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책을 행안부 등으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안에 대해선 "탈북민에 대한 정부의 서비스도, 탈북민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미북 정상의 만남 계기로 추진하자는 아이디에 관해 정 장관은 "너무 촉박하다"며 "불과 3개월 뒤인데 남과 북이 미동도 않고 있어 우선 대화부터 시동하는 것이 급선무다. 차근차근 하겠다"고 말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유지하는 북한에 대해선 "남과 북 사이에는 무너진 신뢰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6월에 대북 확성기를 끄니까 확성기를 중단했고 국정원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니까 전파 방해 송출을 멈췄다. 이런 것들이 냉전적 사고의 유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면서 "빨리 화해와 협력의 시간으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장관은 2004년 제31대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20년 만에 다시 장관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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