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계법인에 적정 임대료 감정 의뢰
내달 2차 조정에도 공사 불참 전망 우세
일각선 "해외 공항처럼 탄력 조정 필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문제를 놓고 면세업계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법원이 회계법인에 감정촉탁까지 의뢰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공사는 형평성 등을 이유로 임대료 조정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5월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을 했다.
면세점을 찾는 내외국인들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임차료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6조36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열린 1차 조정에서 공사 측은 ▲차임 감액 요건 미충족 ▲입찰 공정성 훼손 우려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향후 입찰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이유로 조정안 수용이 불가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지난 14일 삼일회계법인에 면세점 재입찰 시 형성될 임대료 수준에 대한 감정촉탁 결정을 내렸다. 감정촉탁은 법원이 전문성을 가진 외부기관에 사실을 확인하거나 판단을 돕기 위해 의뢰하는 절차다.
감정 결과는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내달 14일 열릴 2차 조정기일에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사가 2차 조정기일에도 조정안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으며 법원이 강제 조정을 진행하게 된다. 공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면세점들은 본안소송이나 인천공항 철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사 입장에서도 면세점들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게 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서의 위상이 약해지는 데다 새로운 사업자의 임대료는 기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해외 주요 공항들처럼 인천공항공사 역시 임대료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임대계약 갱신 시 기존보다 낮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고, 태국공항공사(AOT)는 면세점 입점 업체와 재협상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의 경우 최소보장금액의 75%를 인하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공사도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조정 테이블에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공사 측의 불참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법원의 감정촉탁 결과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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