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받고 복귀한 의대생들,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기자수첩-사회]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07.31 07:00  수정 2025.07.31 07:00

의대생들 복귀 선언에 교육부, 유급 의대생 2학기 복귀·국시 추가 시행 등 특혜 제공

복귀로 교육·의료 정상화됐지만 의정 갈등 피해자인 국민에겐 사과 한마디 없어

전공의들, 환자단체 찾아 "불안·불편 드려 죄송" 사과했으나 의대생들 여전히 '침묵'

제도적 복귀 가능해졌으나 도덕적 책임 면해진 건 아냐…국민에 진심 어린 사과 필요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 발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수업 거부로 교육 현장을 떠났던 의대생들이 지난 12일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교로 돌아가겠다"며 약 1년 5개월 만에 복귀를 선언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5일 '의대생 복귀 및 교육에 대한 정부 입장'을 통해 유급 의대생의 2학기 복귀를 사실상 허용했다. 또 본과 3·4학년생을 위한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상당한 '특혜'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특혜로 이번에 복귀하게 된 의대생들은 올 하반기 한 학기에 1년치 수업을 몰아 듣고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수학 기간도 단축돼 일부는 5.5년 만에 의대를 졸업하게 된다. 보통의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명백한 특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의대생들은 수업 거부 이후부터 복귀가 확정된 지금까지 국민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의대생들의 복귀 선언문에는 국민을 향한 사과도, 의료 공백에 대한 책임 인식도 없었다. 지난 1년 5개월간 수많은 국민이 의료 공백을 감내해야 했다. 필수 진료가 미뤄지고, 수련병원의 교육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됐다. 의료 현장을 떠난 책임은 고스란히 남은 인턴·전공의와 병원들, 그리고 환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의대생들의 선택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집단행동이었든, 단순한 연대 차원의 휴학이었든 상관없다.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기본 윤리를 의대생 스스로 부정했던 것이 문제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이들이 해야 할 첫 번째 행동은 '복귀'가 아니라 '사과'다.


그런데 이 같은 혼란을 초래한 의대생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현장에 돌아오고 교육부는 다시 한번 면죄부를 줬다. 또 "특혜를 논할 때가 아니라, 아이들 상처를 보듬어야 할 때"라며 교육부는 국민을 뒤로한 채 의대생들만 보듬기에 바빴다.


이들은 학생이기 이전에 의사가 되겠다는 뜻을 갖고 모인 자들이다. 생명을 다루겠다는 사람이 공공의 신뢰를 우선하지 않는다면, 그 자격이 의심받는 건 당연하다. 국민의 빗발치는 분노 속에 전공의들은 지난 28일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환자단체를 직접 찾아가 "불편과 불안을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진심이 담긴 사과가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전공의들은 깨달은 것이다.


의대생들이 제도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더라도 도덕적 책임까지 면해진 건 아니다. 사회가 이들에게 요구하는 건 거창한 반성문이 아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죄송했다"는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면 된다. 사과가 있어야 복귀도, 특혜도, 그 어떤 교육적 지원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침묵은 오히려 특권의식이라는 비판을 더 키울 뿐이다. 복귀의 문은 열렸지만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닫혀 있다. 양심이 있다면 하루빨리 국민 앞에 서서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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