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공급’ 시급한데…1기 신도시 정비사업 지지부진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07.31 07:00  수정 2025.07.31 07:00

분당·평촌 등 특별정비계획 초안 제출했지만

고양 일산, 예비사업시행자 지정 제자리걸음

이주대책 마련 시급…공공기여 등도 사업 부담

경기도 일산 신도시 전경.ⓒ고양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3기 신도시와 함께 수도권 내 주요한 주택공급의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속도감 있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신도시별로 사업성에 대한 평가가 갈리며 사업 속도가 상이한 데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시행 및 공공기여 부담 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일산 분당과 안양 평촌 등에서는 일부 선도지구에서 특별정비계획 초안을 제출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고양 일산은 예비사업시행자 선정을 마치지 못한 곳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지역별 사업 진행 온도차 ‘극명’

현재 1기 신도시 내 15개의 선도지구 중 단지별 특별정비계획의 초안을 시에 제출한 곳은 총 3곳이다.


분당에서 시범단지(우성·현대·장안건영3)가, 평촌에선 꿈마을 귀인스마트블럭(금호·한신·라이프·현대)과 꿈마을 민백블럭(우성·건영5·동아·건영3) 등이 정비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특별정비계획 초안을 제출했다.


분당 시범단지는 특별정비계획 초안에 350% 안팎의 용적률로 6000여가구의 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꿈마을 귀인은 용적률 380%을 통해 3317가구를 조성, 꿈마을 민백은 용적률 330%에 2500가구 단지를 조성한단 계획을 반영했다.


이 밖에 분당 양지마을(금호1·청구2·금호한양3, 5·한양5, 6·금호청구6)과 샛별마을(동성·라이프·우방·삼부·현대빌라) 등이 신탁사를 예비사업시행자로 선정하고 특별정비계획 초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고양 일산은 부천 중동과 군포 산본 등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보다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딘 편이다.


중동의 경우 반달마을이 예비사업시행자 지정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은하마을은 시와 함께 특별 정비계획 초안 마련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상태다.


산본도 9-2구역(한양백두·동성백두·극동백두), 11구역(자이백합·삼성장미·산본주공11)이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해 후속 절차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산은 현재 조합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한 백송마을을 제외하고 후곡마을과 강촌마을은 예비사업시행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빌라 단지인 정발마을은 사업성 문제로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등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분당 신도시 전경.ⓒ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이주대책·재초환 시행 등 ‘재건축 장애물’

다만 비교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신도시들도 순탄하게 착공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기 신도시 중 선도지구 규모가 1만2055가구로 가장 큰 분당은 이주대책이 수립되지 않았다. 당초 성남 야탑동 일대에 1500여가구 규모 이주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던 계획은 주민 반대로 무산되면서 최근 해당 부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에서 해제되기도 했다.


이주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이주가 이뤄질 경우, 성남 일대의 전월세 시장에 대한 충격이 커질 수 있다. 또 이주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착공 시점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7년엔 착공을 시작해 2030년엔 완공을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내년에는 이주가 시작돼야 하는데 선도지구 규모가 가장 큰 분당은 이주대책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는 단지별로 인허가 속도를 달리하는 등 순차적으로 이주할 방법을 찾을 텐데 그렇게 되면 기대보다 정비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기여에 대한 부담도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는 대목이다. 노후계획 특별법은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만큼 이와 비례한 수준으로 공공기여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


분당의 선도지구는 공모 당시 가점을 따내고자 주차장, 이주주택 지원, 추가 부지 제공 등 가점 항목을 써내며 공공기여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재초환을 시행하고 6·27 대출규제 등으로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줄었다는 점도 주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잇다.


분당 양지마을 한 주민은 “주택 공급을 촉진한다면서 재건축을 되려 어렵게 만드는 상황 아니냐”며 “재초환이 본격 시행되면 정권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사업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나올 것이고 공급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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