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편안에 '생산 세액 공제' 빠져
정부가 기대감 키웠지만, 끝내 제외
반도체 제조장비 등 관세 감면은 확대
"업계 전반에 직접적인 지원책 기대"
올해 세제개편안에 반도체 산업이 기대한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식 생산세액공제가 끝내 제외되면서 업계 전반에 아쉬움이 번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제조 현장을 직접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 세제개편안'에는 한국판 IRA로 불리는 반도체 생산 촉진 세제 개편이 배제됐다. 생산 촉진 세제 개편은 반도체를 생산·판매할 경우 판매량 등을 고려해 법인세를 일부 감면해 주는 제도다. 미국의 IRA와 비슷해 한국판 IRA라는 별칭이 붙었다.
반도체 업계가 한국판 IRA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배경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 서면 답변지가 있다.
김 장관(당시 후보자)은 반도체산업에 대해 "해외 주요국은 투자 보조금 지급, 투자·생산에 세액공제 제공 등 자국 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추진 중"이라며 "우리도 주요국 대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및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기술 추격, 미국발 관세 전쟁, 주요국 간 경쟁 심화 등 비상 상황에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한국판 IRA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생산 세액공제 10% 지급'을 내걸었던 상황에서 산업부 장관의 언급이 더해져 한국판 IRA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던 것이다.
업계의 기대에도 한국판 IRA가 무산된 데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수반되는 대규모 생산세액공제 제도가 세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정부의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반도체 제조장비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제조 및 수리공장으로 지정된 기업은 수입 원재료나 부품의 관세를 20~100% 감면받을 수 있는데, 이 지정 기간을 3년에서 10년으로 늘린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제조 원재료 관세율이 높기 때문에 원재료 수입에 대한 관세 부담이 큰데 이를 취급하는 공장으로 지정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업계는 여전히 간접 지원 형태에 머물러 있고, 업계 전반으로 확대된 직접 지원 정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아쉬움 여전...지원책 확대돼야"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막대한 보조금을 직접 지원한다. 우리나라가 고수하는 법인세 공제의 경우 기업이 투자를 한 뒤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투자된 이후 혜택을 받는 데 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효과가 적다는 입장이다.
이에 직접 지원 방안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투자한 만큼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어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고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도 절감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어 현금흐름과 이익 측면에서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배터리 업계의 경우 미국 IRA로 상당한 규모의 세액공제를 받아 이를 영업이익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더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이 최근 통과되면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 인텔, 마이크론 등 기업은 국내·적격 연구개발(R&D) 지출 100% 즉시 비용 처리가 영구화된다. 이를 통해 재무 구조가 급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글로벌 지형 변화 전망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인텔의 2022~2024년 기간 연구개발 지출 총액은 거의 700억 달러(96조 원)로, 칩스법의 투자세액공제와 직접보조금 외에 거액의 별도 세액공제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특별법 조속 통과와 토지·전력·용수 등 인프라 적시 공급 체계 확립이 매우 시급하다"고 했다.
"반도체특별법 조속 통과 필요"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을 대상으로 국가 지원 강화,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등을 핵심으로, 2022년 국회에서 제정됐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올해는 반도체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조항을 두고 여야 대립이 고조되면서 특별법 통과가 지연됐다. 현재 업계는 반도체특별법이 오는 10월 중순 이후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 전반이 체감할 수 있는 전향적인 지원책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면서 "한국판 IRA, 반도체특별법 등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부가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록 업계의 성장속도도 가파르게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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