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최혜국 대우(MFN) 약속
"다른 국가보다 큰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전망"
韓반도체 업계 "세부 사항 결정 예의주시 중"
이재용 회장 워싱턴 체류...정가 접촉 가능성도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은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이 '최혜국 대우(MFN)'를 약속했음에도,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가 남아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세부적인 조건 등이 반영된 미국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품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을 확대 해석하며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알루미늄 등에 25~50%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했다.
현재는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상무장관이 "2주 안에 반도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후 1주일이 지난 만큼, 업계는 이번 주 내로 구체적인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관련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과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 등이 포함됐다.
한국의 경우 상호 관세 협상 가운데,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으며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 예상된다. 미국 상무장관도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타국보다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타국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율이 예상되진 않는다. 반도체의 가격이 미국 빅테크 기업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고율 관세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2~3% 수준의 낮은 관세도 큰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은 세부 품목별 관세를 일부 남겨 한국 기업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묶어두려는 유인을 키울 수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 약화와 동시에, 장기적으로 미국 내 투자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웨이퍼·공정·패키징·장비·소재 등 세분화된 공급망이 길게 얽혀 있는 만큼, 어느 한 단계라도 관세 부과가 될 경우 파장은 커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쉽게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미국 상무부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세부적으로 나뉘면서 관세 부과가 될 수 있어 예민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각 시나리오별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며 "품목별 세부 사항들이 결정되기 전까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 31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상무부) 조사 대상에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PC·모니터 등 완제품도 포함돼 있어 당사 사업에 대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사 결과, 반도체 관련 한미 양국 간 협의 결과 등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해 당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현재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객사는 물론, 미 행정부·의회 등 정가와 접촉을 통해 관세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만큼, 관세 환경이 향후 투자 방향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반도체 품목별 관세는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예측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에 긴장감이 클 것"이라며 "없던 관세가 적용되는 것인 만큼, 기업들이 세부적으로 나뉘게 될 품목 관세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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