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심해 속 비밀 ‘우보천리’로 푸는 수과원 [위기의 뱀장어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8.11 07:00  수정 2025.08.11 07:00

2016년 세계 두 번째 인공부화 성공

상업 생산 위한 연구는 번번이 좌절

뱀장어 성장 환경 영향 규명이 관건

지역 연구 기관과 협업해 해법 모색

극동산 뱀자어 일생 주기.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한국은 2016년 세계 두 번째로 인공부화를 통한 실뱀장어(민물장어 치어) 양식에 성공한 국가다. 일본보다 한참 늦게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인공부화 기술력은 큰 차이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


다만 최종 단계인 ‘상업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일 양국 모두 인공 수정을 통한 치어 생산까지는 쉽게 성공하고 있으나, 다음 단계에서 항상 좌절을 맛본다.


뱀장어 양식의 핵심은 인공부화 시킨 실뱀장어를 최소 5㎝ 이상 기르는 데 있다. 5㎝ 정도까지만 죽지 않고 자라면 이후부터는 성어(성어)까지 기르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수입이든 자연산이든 양식용 실뱀장어가 모두 최소 5㎝ 이상 크기를 갖는 이유다.


뱀장어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은 성장 환경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뱀장어는 산란 후 회유 경로와 서식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수심 1만m 마리아나 해구에서 태어나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자란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2000년대 이후 일이다.


한국에서 3000㎞ 이상 떨어진 깊은 바다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보니 뱀장어의 생태 경로를 유추하기 힘들다. 인공부화에 성공하고도 ‘성장’ 환경을 몰라 실뱀장어를 양식 가능한 수준까지 키워내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양식어류는 수정란을 받는 과정에서 빛과 수온을 조절하면 알을 낳고 자연스레 물에 뜨지만 뱀장어는 성숙에 대한 가설만 있을 뿐 연구가 안 돼 있어 아직 메커니즘을 모른다. 뱀장어는 같은 회유성 어류인 연어에서 뽑아낸 뇌하수체(산란 유도물질)를 암컷에게 매주 1회씩 10~12주 동안 주사해 성숙시킨 뒤 수정란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실뱀장어 양식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최용석, 이하 수과원)의 설명이다. 인공부화 기술은 완성 단계인데, 실뱀장어로의 성장에는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다.


실뱀장어 초기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국립수산과학원 실험용 뱀장어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수과원 설명에 따르면 부화 자어(子魚)는 일주일이 지나면 6~7mm 크기로 성장하고 눈과 입이 생성되는데 이 시기부터는 사료를 먹여 성장시켜야 한다.


실뱀장어는 자연에서 바다 동식물이 죽으면 유기물 덩어리가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마린스노우(미생물 덩어리)를 먹고 자라는 것으로 추정한다. 현실적으로 연구실에서는 이와 같은 환경을 똑같이 만들기 어렵다. 먹으면 바로 흡수가 가능한 마린스노우 대체 액상 사료를 개발, 현재 실뱀장어 자어에 투여하고 있다.


연어 호르몬으로 수정란을 만드는 방식도 한계가 있다. 뱀장어와 연어는 둘 다 회유성 어류지만 종이 다르다. 연어가 뱀장어를 100% 대체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에 수과원은 최근 뱀장어 호르몬 유전자 정보를 대량으로 제조·증식해 인위적으로 만드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실뱀장어 양식 연구 성과는 분명 더디다. 무엇보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뱀장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국가 간 거래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양식 어민들은 애가 탄다.


수과원도 애타는 어민 심정을 잘 안다. 빠듯한 예산과 부족한 인력으로 밤낮 연구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남지역 수산 연구 기관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뱀장어 성장 환경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다. 실뱀장어가 돌아오는 길목인 전남 목포 인근의 환경을 최대한 구현한다는 목표다. 지역 연구기관에 인공부화 기술을 전파하고 공동 연구를 통해 실뱀장어 생존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이정용 수산과학원 양식산업연구부장은 “향후 실뱀장어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해 현재 수입 물량을 직접 생산하게 되면 약 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나아가 뱀장어 주요 소비국인 중국과 일본 등에 수출해 4조원 규모 세계 실뱀장어 시장을 선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이 뱀장어 인공종묘 생산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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