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출점 전략 ‘양극화’...“프랜차이즈는 강남, 영세식당은 골목”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8.12 06:46  수정 2025.08.12 06:47

강남 상권 회복세 뚜렷…브랜드 광고 효과↑

낮은 임대료 등 골목상권에 집중하는 영세 식당

양극화 장기화 우려…“상권별 균형 발전 고민할 때”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물가상승과 소비 위축 속 외식업계의 출점 전략이 양극화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을 겨냥해 강남 등 핵심 상권 대로변으로 몰리고, 영세 식당은 여전히 주거지 인근 골목에서 배달 수요를 붙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한동안 높은 임대료로 기피했던 강남 핵심 상권 출점에 다시 속도를 내는 한편, 빠르게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경쟁에도 본격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 상권 출점 전략과 대비된다. 한 때 외식업체들은 골목상권에 소규모 출점을 지향해 왔다. 비싼 임대료와 함께 공공요금이 치솟고, 매년 최저임금 상승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과거와 비교해 운영 비용 부담이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롭게 프랜차이즈 ‘1호점’들이 모여드는 지역은 강남이 가장 많다. 강남은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 광역버스가 지나는 교통 중심지인 데다, 오피스 상권과도 가까워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가 많다. 유동 인구가 일일 수십만명에 달해 브랜드 광고 효과도 크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전환을 기점으로 체험형 매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강남역 상권의 장점이 재부각된 모습으로 풀이된다. 외식 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가 줄줄이 들어서는 등 강남 상권 공실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강남역 상권 공실률은 2019년 4.3%, 2020년 11.4%, 2021년 16%, 2022년, 21.4%, 2023년 20.2%, 2024년 19%로 집계됐다. 올 1분기 공실률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18.9%로 느리지만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형 리테일 매장이 몰리는 상권은 강남역과 신논현역을 잇는 대로변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데카트론, 컨버스, 스파오 2호점 등 리테일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최근 3개월간은 미니소, 시코르(이전), 올리브영, 무신사스토어 등이 문을 열며 공실이 대거 채워졌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역시 한국 진출 발판으로 강남을 점찍고 있다. 기존 ‘골목상권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의 격전지인 강남으로 매장을 확대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홍보 효과를 극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임대료와 같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젊은 층이 모인 강남에 1호점을 내는 추세”라며 “이미 강남역 인근에 쟁쟁한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많은 만큼 뚜렷한 정체성이 없이는 장수하기 힘든 곳이라는 점에서 생존력 실험을 위해 테스트 베드로 진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식당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반면 소규모 외식 시장은 주거지와 가까운 골목 상권에 정착하는 추세다. 고물가와 임대료 부담,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대로변 출점을 포기하고, 주거지 인근에 머물며 ‘생활 밀착형’ 수요를 붙잡는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배달 플랫폼과의 연계성을 높여 점심·저녁 시간대 안정적인 주문을 확보하고, 매장 규모를 줄여 고정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소비자와의 거리보다 배달 동선과 운영 효율을 우선시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형 프랜차이즈와 같은 마케팅·브랜드 파워를 갖추지 못한 영세 식당들은 골목상권에서 충성 고객을 만드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라며 “대로변보다 임대료와 관리비가 낮은 주거지 상권에서 버티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양극화가 장기화될 경우 외식업계 전반의 생태계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핵심 상권을 선점하며 몸집을 키우지만, 영세 자영업자는 소비 침체와 경쟁 심화 속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


특히 골목상권에 몰린 영세 식당들이 한정된 수요를 두고 경쟁하다 보니 가격 인하, 메뉴 단순화 등 ‘생존형 운영’에 매달리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상권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소비가 쏠리고, 영세 자영업자가 줄면 결국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며 “상권별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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