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 불확실성 확산...삼성·SK하닉 '긴장 고조'

엔비디아·AMD, 대중 수익 15% 美 정부에 납부해야

韓 반도체 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 부담 전가 될 수도

미·중 통상 갈등도 변수...韓, HBM 수출 확대 기대

고객사 다변화·새 수익원 창출 등 전략 재정비 필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CEO가 만났다.ⓒ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중국 수출분 15%를 '수익세' 형태로 거둬들이기로 하면서다. 양사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가격 인하 압박 등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중 통상 갈등까지 지속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대가로 해당 매출의 15%를 각각 미국 정부에 내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H20, AMD는 MI308가 해당된다.

양사의 두 제품은 당초 미국의 대중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춰 설계한 가속기다. 올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엔비디아는 H20 칩을 팔지 못해 55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입장을 바꿔 수출 재개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조건부' 허가를 내걸며 이같은 합의를 받아낸 것이란 분석이다.

"이례적인 일...추가 물량 확보 없을 수도"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이번 조치를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하며 향후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공급할 물량은 재고로 쌓아놓은 제품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양사에 HBM를 추가적으로 납품하는 계약은 단기적으로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를 겪는 미국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도 이번 결정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까지 이어지면서 실적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통상 갈등도 불확실성 짙게해"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는 미·중 통상 갈등이다. 이날 양국은 관세 유예 조치를 11월 10일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유예 조치는 올해 초 미국이 고율의 상호 관세를 선언한 이후 대립 국면을 잠시 완화하는 조치다. 당시 양국은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정면충돌했다. 관세 전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자, 양국은 5월 관세 일부를 조정하며 적용을 90일 유예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첨단 메모리의 대중 수출 금지는 더욱 강화됐다. 중국은 이를 해제하는 방안을 무역 협상의 핵심 의제로 올려놓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강하게 요구하는 HBM 수출이 재개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관련 매출을 상당수 늘릴 수 있게 된다.

"전략 재정비 필요해...시장 다변화 중요"

업계 안팎에서는 장기적인 산업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고객사·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시장 다변화 전략과 AI 반도체 외에도 산업용·자동차용 반도체 등 또다른 수익원 창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계속되다 보니, 시장 변화에 맞게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 여러 부분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고객사 다변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세 파도를 잘 넘기기 위해선 지속될 수 있는 수익원 창출이 너무 중요한 것 같다. 불확실성이 큰 현재 상황에서 시장 다변화 등 전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