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80년, ‘친일 부역자’와 ‘분단 부역자’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15 07:07  수정 2025.08.19 06:59

최남선·장지연 '친일 부역자'?

이재명 대통령, '분단 부역자' 아닌 '통일 지향자' 될까?

與 "전쟁 없는 한반도 실현" 野 "평화공존의 남북관계 확립"

한반도의 분단이 이대로 역사가 될지, 조국 통일이 현실화할지 누구도 알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다.ⓒ 데일리안 AI 디자인 삽화.

8월 15일, 분단 80년이다.


80년 전 이날, 저승에서 이승에서 춤추며 기뻐했을, “대한독립 만세”를 목 놓아 외쳤을 선열들이 오늘의 한반도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북쪽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남쪽에서마저 통일이 아니라 공존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그분들이 온몸을 던지셨던 독립된 조국이 분명 분단된 한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한때 통일 선봉을 자임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정은의 2국가론에 호응했다.


지난 8월 9일 임종석은 “우리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북의 실체에 대해 존중하고 인정하는 조치들도 가능할 것”, “헌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해석을 현실에 맞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남북이)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 통일하지 말자”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8·15 광복절 경축사는 어떨까. 사실 그도 예외가 아니다.


지 지난 대선 기간에 “통일을 지향하긴 이미 너무 늦었다”(2021.11.20)라거나, “통일을 단기적 직접 목표로 하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사실상의 통일 상태, 통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헌법이 정한 통일에 이르는 길”(2022.01.16)이라며 헌법을 왜곡했다.


임종석의 통일하지 말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자 당론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실제 이재명 자신이 먼저 길을 닦아둔 셈이다.


공존 주장의 두드러진 원흉은 문재인이었다. 뜻 깊은 3·1절 100주년을 맞은 2019년 기념사에서 “통일도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차이를 인정하며 마음을 통합하고, 호혜적 관계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통일입니다”라고 외쳤다.


임종석·이재명·문재인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강령에 ‘통일’ 대신 ‘공존’이 적시된 민주당의 당원이란 사실이다.


최남선과 장지연을 떠올린다.


육당 최남선이 누구인가. 춘원 이광수, 벽초 홍명희와 함께 조선의 3대 천재라 불렸던 지식인이자, 1919년 3·1운동에서 ‘기미독립선언서’의 초안을 썼던 항일 운동가이자 애국자였다.


그랬던 그가 일제 어용 역사단체 조선사편수위원회, 조선총독부 내각 자문기관 중추원에 가담했으며, 일본인과 조선인이 같은 조상에서 나온 동족이란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에 입각해 ‘일선융화론(日鮮融和論)’을 주장하며, “學徒(학도)여 聖戰(성전)에 나서라, 보람 있게 죽자”라고 외치며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이름을 올렸다.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에 “오호 아프며 오호 분하도다. 우리 이천만인 노예의 동포여 사느냐 죽느냐 단군 기자 이래 사천 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멸망하여 그칠 것인가. 아프고 아프도다. 동포여 동포여(외교부 독도 사이트)”라며 사설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 이날에 목 놓아 크게 우노라)’으로 ‘을사늑약’(1905.11.17)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토 히로부미와 “나라를 팔아먹은 개돼지만도 못한” ‘을사오적’을 규탄했던 애국자 장지연이었다.


그랬던 그가 조선총독부 어용 신문사인 매일신보의 주필로 활동하며, 친일 한시(漢詩)와 사설 수백 편을 기고했다. 결국 건국훈장 서훈이 취소되고,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


항일 애국자였다가 일제에 협력한 많은 이들 대부분은 일본제국주의의 힘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조선의 멸망을 기정사실화했다. 조선의 독립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고, 일제 아래서 새로운 삶을 도모했다.


후대들, 특히 이른바 진보 세력은 이들과 같이 조선을 경험했던, 조선에서 태어났던 조선인들은 물론이고,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조선을 전혀 체험하지 못했던 이들 중에서도 일제에 호응한 사람들을 낱낱이 찾아 “적을 이롭게 해 나라에 해를 끼치는 사람”이란 부역자를 붙인 ‘친일 부역자’로 규정해 심판하고 있다.


이재명·문재인·임종석이 최남선이나 장지연에 비견될 한때나마 애국자였던 가에 대한 평가는 유보한다. 다만 그들 역시 조국 통일 - 헌법에 따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인가는 의문이지만 - 이란 꿈을 품었었던 정치인으로는 여기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의 통일이 아닌 공존 구상을 분단 80년이 흐르면서 고착된 두 체제의 현실을 기정사실로써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렇게 그들 스스로 육성으로 표현했다.


최남선과 장지연 등을 ‘친일 부역자’로 규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재명·문재인·임종석으로 상징되는, 통일이 아니라 공존을, 1민족·1국가·1체제·1정부의 통일이 아니라 2국가를 받아들이려는 이들을 ‘분단 부역자’로 규정하는 데 문제가 있을까.


분단 부역자는 “대한민국 헌법을 존중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자”, 즉 ‘통일 지향자’와 대비되는 필자의 개념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무시하고 분단을 기정사실로 해 분단에 순응하거나 분단 고착화에 기여하는 사고와 행위를 하는 자”를 말한다.


우리 모두 역사 앞에 서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던, 대한민국호의 진로를 결정하는 조타수의 자리에 있었던 이들은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반도의 분단이 이대로 역사가 될지, 조국 통일이 현실화할지 누구도 알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진실은 통일이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통일 동력이 될 수 있는 북한 주민은 사람이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무엇이 좋고 나쁨을 알게 된다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김씨 일가 독재체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면,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들 역시 결단하고 움직일 것이다. 모든 동구 사회주의국가가 그렇게 변화했다.


김씨 일가 독재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죽어도 따라올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인권·복지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그 대한민국과 북한 주민과 함께하려는 우리의 마음을 북한 주민이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통일 준비를 할 수 있는 남한 주민도 사람이다.


남북 주민 모두 살아있는 생명체로 변할 수 있고, 의지와 노력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


통일의 꿈을 포기하는 순간, 현실을 사실로 역사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이 대한민국의 진로가, 정책이 되는 순간, 통일은 영원히 멀어진다.


지금 국민의힘은 ‘정당’이 아니다. 정당이란 ‘공익(公益) 실현’을 위해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결사체로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 작금의 보여주는 행태가 과연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인가, 과연 수권(授權) 정당이 될 자격이나 있는가.


그런데도 환골탈태(換骨奪胎)의 환생(還生) 기대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조국 통일 때문이다. 국민의힘 또는 그 전신들이 조국 통일을 위해 실제 얼마나 어떻게 이바지했는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당 강령에 통일을 유일하게 명시하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이 한반도 전체의 번영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반해 민주당의 “여섯,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한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추진하며, 남북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이룩할 것이다”와 조국혁신당의 “8. 우리는 평화공존의 남북 관계를 확립하고, 분단극복과 평화번영을 위해 행동한다. 우리는 평화공존의 남북 관계로 전환하고, 협력과 연대라는 신개념의 통일을 위해 행동한다”가 보여주듯이 통일이 아예 없거나, 대한민국 헌법적 통일이 아닌 통일을 강령에 적시하고 있다.


한편 개혁신당은 강령에 “개혁신당이 제시하는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미래’다”라며 미래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으나, 통일은 물론이고 남북 관계, 한반도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분단 80년을 맞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입법·사법·행정 3권을 장악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국민은 눈을 부릅떠야 한다. 우리는 물론이고 후손들의 삶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분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단 부역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민족과 조국의 미래, 우리와 후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통일 지향자’가 될 것인가.


당장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서 지난 칼럼(“이재명을 통일 문제 시험대에 올린 김정은,” 2025.08.01)에서 지적한 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 아니라 ‘이재명식 통일’, ‘사실상의 통일’, 즉 ‘공존’을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공식화”할 것인가를 주목한다.


친일 부역자를 색출해 역사적, 사회적, 인격적으로 단죄하는 특히 이른바 진보 세력이 분단 부역자를 어떻게 대하고 처리할지도 지켜본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을 최종 선고받았으나 반성은커녕 뻔뻔하기 짝이 없는 윤미향 전 의원에게 이재명이 형선고실효 및 복권이란 선물, 그것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주었다.


공개적으로는 정의의 사도를 연기하고 돌아서서는 파렴치범을 저지른 조국 전 당 대표, 그들과 초록이 동색인 무리도 사면·복권되었다.


그들보다 더 크고 중한 범죄(혐의)에도 대통령, 국무총리, 정부 요직을 차지한 것에 대해 미안함이 큰 탓으로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한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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