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이 또 해냈다. 올해 개봉한 '좀비딸'이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2025년 국내 개봉 영화 가운데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최단 기간 세운 기록으로, 흥행 속도는 2023년 여름 흥행작 '밀수'(17일)와 동일하고 2024년 여름 흥행작 '파일럿'(22일)보다 빠르다.
이로써 조정석은 지난해 471만 관객을 동원한 '파일럿'에 이어 2년 연속 주연작을 흥행시키며, 팬데믹 이후 장기간 유지된 극장가 불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티켓 파워를 증명했다.
그 저력은 2019년 여름에 증명되기도 했다. 산악 동아리 출신 대학 선후배가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재난 코미디 '엑시트'로 무려 941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그해 여름 박스오피스를 평정했다.
지난해 개봉한 '파일럿'에서 조정석은 또 한 번 극장을 장악했다. 한때 인기 절정이던 민항기 기장이 실언으로 자리를 잃고, 재취업을 위해 여장을 선택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의 영화다. 민감한 소재를 다뤄 웃음으로 소비하기엔 자칫 거부감이 생길 수 있었지만, 조정석은 세밀한 디테일을 캐릭터에 녹이고 장면마다 웃음 포인트를 배치해 이러한 부담을 완화했다.
비현실적인 설정은 조정석의 연기를 거치며 오히려 캐릭터의 매력으로 변모했고, 그 힘이 흥행으로 이어져 ‘파일럿’은 471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에는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딸 수아(최유리 분)를 지키기 위해 비밀 훈련에 나서는 아버지 정환으로 변신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조정석은 113분 동안 애틋한 부성애와 능청스러운 생활 코미디를 자유롭게 오가며 스크린을 빈틈없이 채웠다.
팬데믹 이후 관객 동원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파일럿'과 '좀비딸'을 연이어 흥행시킨 조정석의 성과는 더욱 값지다. 한국 영화계가 100만 관객 돌파조차 힘든 시대에 접어들며, '천만 배우' 타이틀조차 무력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꾸준한 흥행력은 신뢰로 이뤄진 자산이다.
그는 어떤 캐릭터든 자신만의 색으로 재해석해 설득력을 부여하는 배우다. 특히 코미디 장르에서 빛을 발한다. 능청스러움과 친근함을 조화시키는 데 탁월한 표현력을 가졌다. 여기에 생활형·가족형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친근감과 대중적 호감도가 더해졌다.
그의 강점은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한 줄기 빛처럼, OTT와 극장이 공존하는 시대에도 확실한 관객 동원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정석의 가치는 화려한 기록보다 변덕스러운 시장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성적을 내는 데 있다. 이런 신뢰감은 앞으로 그를 찾는 영화가 더욱 늘어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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