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發 '당원주권 정당' 본격화…'강성팬덤 장악' 우려도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8.19 00:05  수정 2025.08.19 00:20

鄭 "평등하지 않은 선거, 부끄러운 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 변경 예고

원로들 "당원만 봐선 안 돼" 지적에도

집권여당, '강성당원 정당' 전락 우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다섯번째)와 장경태(왼쪽 네번째) 당원주권정당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원주권정당특위 출범식 및 제1차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2 전당대회 과정에서 공언한 '당원주권 정당'이 현실화 하고 있다. 당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1명을 권리당원 몫으로, 전 당원 '1인 1표제'를 예고하는 등 민주당 역사상 유래없는 시도에 나서면서다.


당 원로들조차 "당원만 보고 정치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전했지만, 정청래 대표는 아랑곳 않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강성당원의 목소리가 집권 여당의 방향타를 좌우하는 이른바 '팬덤정치'의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청래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원주권정당특별위원회 출범식' 모두발언에서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 강한 민주당이 될 수 있다"며 "헌법 1조 2항을 당으로 옮겨보면 민주당의 주권은 당원에 있고, 모든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이 엄연한 현실을 더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는 헌법 64조 정신에 따라 선거를 하고, 이 중 평등선거는 누구나 1인 1표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유독 민주당은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2일 전당대회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당원께서 나를 대표로 뽑아준 건 '1인 1표 시대' '당원주권 시대'로 나를 도구로 쓰기 위함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 뒤인 지난 4일 열린 첫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원주권정당특위를 신설하고 장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장경태 의원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원은 (국회의원의) 동원의 대상이 아닌 자발적 참여의 주체이고, 당 정책에 직접 개입하고 관철시키는 당의 주인"이라며 "특위는 이재명정부의 국민주권 정부와 발맞춰 당원주권 정당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집권여당이 국민 전체가 아닌 당원, 특히 일반 당원보다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방향으로 당력을 집중할 경우 소위 '강성 당원 맞춤형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4일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대주교를 예방했는데 정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을 언급, "'우리가 말을 무장 해제를 하면 온 세상이 무장 해제될 것'이라고 평화를 위한 대화를 촉구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도 참고해 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정 대표를 향해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표 취임 이후 대야 강경기조로 일관하며 강성 당원들의 호응을 받는 상황에 대한 충고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내란의 뿌리를 끊어야겠다는 정 대표의 발언이 때로는 과격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본질에서는 올바른 역사적 맥락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격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일각에서는 원내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정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권리당원의 탄탄한 지지세를 바탕으로 당세를 확장시켜 내년 8월 이후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 연임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임기는 전임 대표인 이재명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내년 8월 1일까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한민국은 의회 민주주의를 바탕으로하는, 즉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체제"라며 "당원주권 시대라고 말하는 것은 '의회 정치'를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필요한 목소리, 필요한 사람만 국민으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 임기가 1년에 불과한 만큼) 내년 이후 연임을 위해 강성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려 총력을 쏟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차기 대표 연임이라든지, 대권주자라든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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