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164%' 은행 부실 대응 여력 1년 새 '뚝'…불어나는 빚에 '경고음'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8.20 07:19  수정 2025.08.20 07:19

빚 못 갚는 기업·자영업자 늘어

대손충당금 늘렸음에도 역부족

부실채권 급증 속 방어력 약화

국내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대응 여력 지표가 악화됐다. ⓒ각 사

국내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대응 여력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부실채권 규모도 급격히 불어났지만, 은행들이 쌓아둔 대손충당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예상치 못한 부실이 터질 경우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NPL) 커버리지 비율은 평균 164.0%로 전년 동기 대비 44.7%포인트(p) 하락했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보유한 고정이하여신 잔액과 비교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비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금융사가 향후 잠재적인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됐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209.4%에서 138.7%로 70.7%p 큰 폭으로 감소했고, 우리은행은 249.8%에서 179.6%로 70.2%p 줄었다.


신한은행은 206.3%에서 152.2%로 54.1%p 감소한 반면, 국민은행은 유일하게 169.3%에서 185.5%로 16.2%p 상승했다.


대손충당금을 늘려 적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부실 대응 능력이 저하된 것은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능력이 약화됐고, 연체율 상승이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이들 은행의 올 상반기 말 기준 부실채권은 4조9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불어났다.


하나은행의 부실채권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1조23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1.4% 늘었다.


우리은행은 39.8% 불어나며 1조508억원, 신한은행은 38.2% 증가해 1조1956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면서 1조4148억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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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최근 증가한 부실채권 중 상당수가 담보가 확보된 채권이라는 설명이다. 충당금에는 각 채권에 대한 담보가치를 반영하는데, 담보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충당금을 소폭만 추가 적립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부실채권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 은행의 재무 안전성을 위협하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눈 앞에 보이는 부실에만 대응하다 잠재적 부실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향후 예상치 못한 충격에 취약해진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 영향으로 부실채권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부실 여신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거나 상각해 NPL 증가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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