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역사내란 처벌법’이라도 만들 기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20 07:07  수정 2025.08.20 14:29

여론 지지율 두 주 만에 12.2%p 폭락

역사인식 달리하면 철저히 척결?

북한의 민족사 모독엔 입 다물면서

연합국 승리 없었어도 해방됐을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 난을 전달 받은 뒤 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잘함’이라는 응답은 51.1%로 전주보다 5.4%포인트 하락했다. ‘잘못함’ 응답 비율은 44.5%로 전주 대비 6.3% 상승했다. 아직은 ‘잘함’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하지만 뒤집히는 데는 별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7월 5주째 63.3%이던 지지율이 두 주 만에 12.2%포인트나 폭락한 것인데 그 까닭이야 뻔하다. 정권의 교만과 오기 탓이다. 리얼미터는 “광복절 특별 사면 논란에 대한 실망감, 주식 양도세 논란, 헌정사 첫 대통령 부부 동시 수감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이상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 지지율 두 주 만에 12.2% 폭락

이 대통령의 정부와 정청래의 더불어민주당은 민심 동향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자기들 가고 싶은 길로 핸들을 꺾었다. 집권 세력이 되기 전에는 입만 열면 ‘국민’을 들먹이던 사람들이다. 권력을 잡게 되자 세상 무서운 게 없어졌다. 그야말로 기고만장해서 안하무인이 된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여론 조사 결과가 더 나쁘게 나오더라도 그 때문에 방향을 바꿀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더 오기를 부리며 가속 페달을 밟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제까지의 정치행태로 미루어보자면 그렇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정 대표의 교만한 심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험한 말을 쏟아낼 때마다 비판이 쏟아지곤 했지만, 그 때문에 언어를 순화한 적은 (기억이 가닿는 한) 없었다. 그럴수록 그의 언행은 더 험해졌다.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그가 보인 기행기태(奇行奇態)는 한국 의정사에 특별히 기록되리라 여겨질 정도였다. 지위 상승에 따라 목소리가 커졌던 점을 감안하면 대표가 된 이후의 행보를 짐작하긴 어렵잖다. 벌써 막말을 내질렀다.


“건국절을 1948년 8월 15일로 하자는 속셈은 그 이전엔 나라가 없으니 애국도 없고 매국도 없다는 것이다. 애국도 매국도 없고 친일 역사도 독립운동 역사도 우리 역사가 아니니 이를 지우자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이고 민주당은 이런 역사내란 세력도 철저하게 척결할 것이다.”

지난 1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가 한 말이라고 한다. 2017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19년 건국론’을 주장하다 말더니 민주당 대표라는 사람이 다시 이를 끄집어냈다. 그냥 그 주장을 답습하는 정도가 아니라 ‘1948년 건국’을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역사내란 세력’으로 ‘철저하게 척결’하겠단다.


이 사람들 ‘내란’ 낙인찍기에 재미 들인 것은 그렇다 하고 국민까지 겨냥해 이런 막말을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게 황당하다.


①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 선포가 ‘내란’이라는 것이 이재명 정권의 일방적 규정이다.


② 국회 탄핵소추단은 탄핵소추 사유에서 ‘비상계엄의 헌법 위반’은 남기고 ‘형법상 내란죄’는 철회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거들었다고 알려졌다. 만약 당초 소추안에 ‘내란죄’가 없었다면 탄핵소추안에 동의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선택을 달리함으로써 국회 본회의 의결이 무산됐을 개연성이 결코 낮지 않다.

역사인식 달리하면 철저히 척결?

③ 공수처→검찰→법원을 거쳐 ‘내란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이 죄목으로 윤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을 호칭할 수가 없다. 헌법 제27조 4항이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호칭이라고 하겠지만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헌법의 취지와 규정을 무시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가 없다.


④ 지금 재판 중인 윤 전 대통령 등을 내란범으로 부르는 민주당은 대법원에서 사실상 유죄로 판결이 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뭐라고 불러야 한다고 여기는가?


이런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정 대표는 ‘역사내란’이라는 희한한 조어까지 만들어 자기들과 역사인식을 달리하는 국민을 협박했다. 역사를 보는 눈이 다르다고 ‘철저히 척결’하겠다고 위협하는 이 사람은 어느 독재국가에서 파견돼 온 판관인가?


1919년 개국으로 하면 역사의 빈칸이 메워지나? 한일합방이 강행됐던 1907년부터 1919년까지의 기간에는 어떤 국가가 있었는가? 민족(국민)의 정신적 귀속 대상으로서의 국가는, 그 명칭 여하간에 단군조선 때부터 존속해온 ‘우리 조국’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제법의 요건에 맞고, 국제사회가 인정한 국가는 1907~1948년기간엔 없었다. 국호와 임시정부 요인들만 있었을 뿐 영토·국민·주권을 모두 빼앗긴 상태의 국가라는 게 성립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도 임시정부의 국호를 그대로 계승한 게 아니라 헌법제정 당시 많은 논의 끝에 결정된 이름이었다. 헌법기초위원회의 ‘제1단계 헌법 초안’에는 ‘한국’이었고 유진오 헌법 초안에는 ‘조선’이었다. 제2단계 헌법 초안에서도 ‘한국’이었다가 제헌헌법에 이르러서야 ‘대한민국’으로 정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적 문제로 호기롭게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예컨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당시)을 몰아붙였다. (일제시대) “김 장관 부모 국적이 어디였느냐”는 식의 억지였다. 정신적 정서적 국적이야 ‘삼천리 우리강토’였을 것이지만 서류상으로 국적을 둔 곳은, (물론 강제였지만) 일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식민통치를 받았어도 국적은 대한민국이었다? 흔한 말로 정신 승리라고 하겠는데 너무 군색한 애국심 자랑이자 보수 죽이기 선전·선동 아닌가?

북한의 민족사 모독엔 입 다물면서

1919년 4월 11일 성립한 상해임시정부는 여러 임시정부 가운데의 하나였다. 임시의정원(의회)과 임시정부(행정부)로 통치기구가 나누어져 있었다. 의정원 의장에는 이동녕, 국무총리에는 이승만이 이름을 올렸다. 그해 9월 11일 출범한 (통합)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통령에 이승만을 선출했다. 이 정부의 중심축이 되었던 한성임시정부(1919년 4월 23일 성립)의 집정관 총재도 이승만이었다. 그리고 통합정부의 또 다른 축이었던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한국민의회정부’(1919년 3월 17일)도 대통령 손병희, 부통령 박영효와 함께 이승만을 국무총리로 선임했었다. 모든 임시정부에서 이승만은 중심에 있었다.


민주당 정 대표의 ‘역사 내란 척결’ 의지를 고취한(?) 것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광복 80주년 기념사’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입니다.”

이 한마디에 좌파는 일제히 분기탱천해서 ‘김 관장 축출’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건 김 관장의 주장이기보다는 우리 사회 역사인식의 일면을 소개한 것이었다. 그는 바로 이어 함석헌이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서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고 설명하고 있음을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그는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과 그 의미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한 언론이 거두절미 문제의 레토릭만 발췌 소개하는 바람에 논란이 됐다는 게 김 관장의 해명이다.


문제는 김 관장이 좌파 정치세력에 의해 진작 ‘축출 대상’으로 지목되었고 끊임없이 사퇴 압박을 받아 온 인물이라는 데 있다. ‘모든 요직은 우리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좌파 정치 및 사회 세력들의 아주 낯익은 행태인데 우파 쪽 사람들의 말이라면 단어 하나라도 매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저 혈기가 신기하면서도 한심하다.


독재적·독선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 대다수는 유독 안방에서 용감하고 모질다. 같은 나라, 같은 사회에 살면서,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더 증오를 뿜어댄다. “쫓아내라” “처단하라” 소리가 멎는 날이 없다. 그러면서도 훨씬 목소리가 크고 위협적인 상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인권 탄압에 대해 목소리 키워 질타해본 좌파 인사가 있는가? ‘김일성 민족’ 운운하는 저들의 민족사 모독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국민들의 민주혁명을 기회 삼아 정권 장악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권위주의적인 통치행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성과를 자신의 장기집권 디딤돌로 삼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해서는?

연합국 승리 없었어도 해방됐을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김 관장의 기념사에 대해 의분(?)을 한껏 토했는데 한마디 옮기자면 이렇다.


“법적 권리 운운하며 세 치 혀를 놀리는 김형석에게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낀다. 순국선열을 욕보인 자는 이 땅에 살 자격조차 없다.”

정확히 인용되지 못한 말 한마디에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 분개했다면 그간 어떤 애국적 삶을 살아왔는지 이 기회에 자랑 좀 해주면 좋겠다. 우리 선열들이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나라 안팎에서 목숨을 내놓고 투쟁한 이력은 대다수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분들이 몽매(夢寐)에도 간절히 소망했던 것은 조국이 해방되어 우리 손으로 새 나라를 세워 스스로 통치하게 되는 것이었을 터이다.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것이 연합국의 태평양전쟁 승리였다. 우리 선열들에게 그것은 크나큰 선물이었다. 착각인가?


일본 축출 후 여기에 대한민국을 세워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은 당연히 우리 선열들의 희생, 우리 민족의 높은 자주독립 의식, 그리고 애족애국심이었다. 이 땅에서 일제를 몰아내 준 것은 연합국이었고, 나라를 세워 오늘날 세계의 성공사례로 만든 것은 우리의 독립 정신, 노력, 지혜였다(6·25동란에서 우리를 구해준 파병 및 지원 국가들의 도움도 당연히 강조돼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인가? 이런 말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가? 연합국의 승리 없이도 일제는 이 땅에서 쫓겨 갔을까? ‘역사 내란’에는 이런 인식도 포함되는지 그것도 말해주시라.


맥락은 다르지만 정말로 이해가 안 되어서 묻는 것인데 “국민이 주인인 나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이재명 정부 캐치프레이즈의 뜻은 뭔가? 그런 나라라면서 왜 스포트라이트는 이 대통령이 받아야 한다는 건가? 이미 두 달도 더 전에 국민 49.42%의 지지를 얻어 멀쩡히 취임한 대통령이 새삼 80명의 국민대표(라는 사람들)에게서 임명장을 받는 행사를 벌인 것은 어떤 성격의 퍼포먼스였나? 무슨 종교행사도 아니고…. 이러다 훗날 신탁을 받은 대통령이니 영구집권해야 하겠다고 우기지나 않을지 지레 겁이 난다. 정권의 유력자 여러분, 이건 오해이겠지요?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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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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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럴스
    내란의 뜻이나 아냐!!! 너같은 인간은 언젠간 벌 받는다.
    2025.08.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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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코
    청래야  북한 모독죄도 신설하는 것이 어떠냐  뭐 김일성탄신 기념일 이런거 생각없냐.. 미문화원 사건 생각하면 충분할텐데?
    2025.08.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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