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내내 울고 짜증내는 아이, 여행이 힘든 이유는 따로 있다? [이기나의 ‘이기는 육아’㊷]

여름 방학 및 휴가를 맞이하여 많은 가정에서 여행이나 체험활동을 다녀왔을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신나게 놀기 위해 떠난 곳에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면 좋지만, 간혹 아이가 여행 기간 내내 울거나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평소에 잘 노는 아이인데, 아픈 것도 아니고 왜 이럴까? 야심 차게 계획한 여행에서 갈수록 짜증만 늘어나는 아이의 모습에 당황스럽고 지친 채 돌아온 부모라면, 우리 아이의 기질을 살펴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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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여행이 힘든 이유가 기질 때문에?

① 느린 기질의 아이: 익숙함에서 벗어나면 위축

느린 기질을 가진 아이는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그만큼 갑작스러운 변화에 쉽게 불안감을 느낀다. 따라서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하면 반응 및 행동이 위축되거나 부모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②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 환경 변화에 저항 및 거부

감각에 민감하고 자기 주관이 강한 아이일 경우, 더운 날씨나 모래밭, 땀으로 인한 끈적임 같은 작은 불편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느낀다. 여행지에서는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통제된 환경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쉽게 짜증을 내거나 고집을 부릴 수 있다. 평소와 달라진 잠자리와 음식에 거부감을 표현하며, 이동 중 잦은 불편감을 호소할 수 있다.

How? 부모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① 사전 예고로 예측 가능성 높이기 & 역할 부여하기

어떤 활동을 어떤 순서로 진행할 건지 간단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으며, 사진이나 영상을 곁들여도 좋다. 이와 함께 “이 지도는 OO이가 챙겨서 이동할 때마다 확인해줄래?”, “OO이가 여행가는 동안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인형/장난감 데려갈래? 가면서 OO이가 인형/장난감에게 소개해줘”라는 식으로 임무나 역할을 부여하면 아이 또한 통제력을 느끼며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② 적응 시간 확보하기

아이가 공간을 충분히 둘러보고 장소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관광이나 쇼핑을 하면서 낯선 공간과 사람을 쉼없이 마주하게 되면, 아이는 계속 긴장과 불안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되찾거나, 식당 또는 카페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③ 일정은 여유롭게 계획하기

방학을 맞아 모처럼 가는 여행인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려는 욕심에 타이트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느리거나 까다로운 기질을 지니고 있는 아이라면, 잦은 혹은 긴 시간의 이동, 자꾸 바뀌는 장소에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다. 하루에 구경이나 액티비티는 1-2개 정도로 제한하고 최대한 효율적인 동선을 고려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④ 감정은 인정하되, 행동은 가이드하기

칭얼대고 매달리거나 나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질책하기보다는 “처음이라 무섭지?”, “혹시 오랜 시간 이동해서 힘드니?”라고 감정을 읽어주고, “엄마 손을 꼭 잡고 해보자”, “여기 둘러보고 카페에서 쉬는 시간을 갖자. 그때까지는 우리 같이 손잡고 재미있는 걸 찾아보자”와 같이 다음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는 감정이 이해받았다는 경험을 통해 더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쉽게 짜증내고 울어버린다면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고민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즐거운데 왜 울어?”, “그만 좀 짜증내”라며 감정을 억누르거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고 하여 조급하게 재촉한다면, 아이의 불안감과 불편감은 해결되지 못하고 더 심해질 수 있다. 혹시 이번 방학 기간에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 우리 아이의 기질을 한 번 살펴보고 이해하며 다음에는 그에 맞는 여행과 체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