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로 억누른 수요 ‘꿈틀’…불안 여전
단기 처방 약화 속 정부의 공급 대책에 이목
두루뭉술한 청사진 아닌 실행력 갖춘 대책 나와야
들끓던 서울 집값이 정부의 6·27 대출규제 이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9억원 이하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이뤄질 뿐 수요자 상당수가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1% 오르며 일주일 전(0.13%) 대비 상승폭이 소폭 줄었다. 오름폭이 확대됐다가 다시 감소하는 등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30주 연속 상승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얼어붙었으나 강제로 억누른 수요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접근 가능한 6억~9억원대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대출규제 발표 이후 다수의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고가 아파트와 중저가 아파트 간의 키 맞추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신고가 거래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정부 규제의 충격 여파가 점점 사그라지면서 집값이 규제 발표 이전 수준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
마포구 성산시영 전용 55㎡는 지난달 9억~10억원대에서 손바뀜이 이뤄졌으나 이달 들어 1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대출 규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성동구 한진해모로 전용 84㎡는 규제 직후 거래가 뜸하더니 최근 10억7000만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6·27 대출규제 발표 당시 “대출규제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이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규제로 억누른 수요는 머지않아 튀어 오르기 마련이다. 규제라는 단기 처방 효과의 약발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다음 스텝이 중요한 시점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르면 이달, 늦어도 9월 초에는 공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큰 틀은 잡혀있다. 사실상 이재명 정부에서 내놓을 수 있는 공급 카드가 마땅치 않아서다.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시설 활용,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속도감 있는 3기 신도시 조성 등이 공급 대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만큼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 초대 국토부 장관인 김현미 전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공급은 어차피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단 의미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첫 공급 대책의 관건은 ‘실행력’이다. 3기 신도시는 사업 계획 발표 이후 6년이 지났으나 전체 18만6000가구의 5%인 1만가구 정도만 본 청약 단계에 들어섰다. 그 사이 시장 상황도 많이 달라져 분양가도 추정가 대비 대폭 오르면서 사전 청약 당첨자도 대거 이탈한 게 현주소다.
가용 부지가 한계에 다다른 서울·수도권에서 ‘대규모’, ‘획기적’ 공급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건드리지 않고 ‘용적률 완화’와 같은 인센티브만으로 재건축을 앞당기기도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공급 대책이 두루뭉술한 청사진만 제시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주택자의 조급증만 부추길 뿐이다.
이제는 실행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6·27 대출규제 수준의 막강한 공급 대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내 집 마련 수요의 발만 묶어두는 정책의 한계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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