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함께’라 더 행복했던 ‘파인’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8.24 12:28  수정 2025.08.24 12:29

“결말? 가족 최우선인 관석에 형벌 있었을 것”

“그 시절, 배우지 못한 아버지, 관석에게 투영했다.”

배우 류승룡을 필두로 양세종, 임수정, 김의성, 김성오, 이동휘, 정윤호에 이르기까지. 디즈니플러스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은 다수의 배우들이 활약하는 일명 ‘대작’이었다.


류승룡은 중심에서 이들을 이끌고, 또 조화롭게 활약하며 ‘파인’의 완성도를 배가했다. 모든 캐릭터들이 ‘입체적인’ 활약을 보인 만큼, 분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류승룡은 ‘함께’라 더 행복하고 특별했다며 ‘파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은 1977년을 배경으로,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류승룡은 돈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악당 오관석 역을 맡아 욕망에 잠식되는 과정을 그렸다.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합리화를 하지만,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은 관석은 물론, 선자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악인’이지만, 그럼에도 ‘파인’과 캐릭터들을 응원해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했다.


“‘시즌2 안 나오냐’고 말씀해주시고, 다들 (끝이 나서) ‘아쉽다’고 해주셨다. ‘무슨 재미로 수요일을 기다리냐’고 해주시는 분도 계셨는데, 이것보다 더 큰 보람과 칭찬이 어디 있겠나. 다들 죽어 마땅한 인물들이다. 욕심들이 있고, 서툰 모습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살려내라’라는 반응을 보며 캐릭터들이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같은 사랑을 바탕으로 ‘시즌2’에 대한 요구도 이어진다. 특히 ‘파인’은 관석의 ‘생존’을 암시하는 등 ‘열린 결말’로 끝이 났는데, 일각에서는 ‘결말이 다소 아쉽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권선징악’을 향해 달려 나가던 ‘파인’이 결말에서는 끝을 맺지 못한 것에 호불호가 이어지는 것. 혹은 애매한 결말에 각종 추측이 이어져 ‘파인’을 향한 뜨거운 반응을 짐작하게 했다. 이와 관련해 류승룡은 감독님과 정확히 이야기하며 충분한 개연성을 확보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는 감독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하지 않나. 나는 결말에 대해 알고 있다. (살아남은) 관석에 대해 ‘쌍둥이가 아니냐’고 하시는데, 저는 오관석으로 연기했다.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명력이 남다른 오관석이니까, 트럭 뒤에 타서 뛰어내리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에서도 관석은 가장 큰 악인 중 한 명이다. 권선징악 측면에서 파국을 맞아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보여주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관석의 가족들에 대해선 나오지 않았다. 관석은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를 시켰다. 그런 가족을 못 본다는 것보다 더한 형벌이 있을까. 만약 가족이 살았다면, 더 처참한 파국을 맞을 것 같다. 그렇게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며 쿠키영상을 찍었다.”


그의 말처럼 관석은 ‘가장 큰 악인’이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분노를 야기하는 무자비한 빌런은 아니었다. 류승룡은 그 배경을 ‘파인’이 포착한 시대상에서 찾았다. 그 또한 관석을 단순한 악역으로 그리지 않고, 가족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 시절, 뭔가를 배우지 못한 아버지상이 있지 않나. 그렇게 사는 게 마땅하다고 합리화가 된 인물들. 옛날 아버지들 보면 며칠 안 보이다가 와서 돈을 던져두고, 다시 나가고, 그러다가 밥상을 엎는 분들이 계셨다. 그런 분들은 오로지 가족을 위해, 어깨 위에 짐을 진 분들이라고 여기며 연기했다. 사실 지금 그들의 정신 상태를 전문적으로 들여다보면 피해망상,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이 있었을 것 같다.”


관식 외에, 입체적인 활약으로 ‘파인’의 재미를 배가하는 동료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임수정의 양정숙을 ‘탐나는 역할’로 꼽으며 그의 연기를 칭찬하는가 하면, 분위기를 즐겁게 풀어준 장광, 김종수, 김의성 등 선배 배우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파인’이 그에게 더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동료 배우들’이라며 ‘파인’의 의미를 짚기도 했다.


“적지 않은 기간, 여러 배우들과 연기를 했다. 배우들이 서로 알았던 것 같다. ‘이타적인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걸. 다들 무협지에 나오는 인물들 같았다. 하나씩 필살기를 가지고 있지만, 남을 더 돋보이게 했다. 자기 몫을 잘하는 게 작품 전체를 이롭게 한다는 걸 알되, 다른 사람도 응원해 줬다. 시기, 질투 없이 모두가 응원을 해줬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이 현장이 그랬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분위기가) 유지가 됐다. 다른 작품을 할 때도 협업하며 많은 걸 얻곤 하지만, 이번엔 특히 배도 타야 했고, 욕망에 대한 것들을 다루다 보니 더 필요했다. 서로 밀어주지 않으면 쌓이지 않는데, 밀어주고 당겨주며 협업하는 과정이 무언으로 형성이 됐다. 지금까지도 끈끈하다. 비중도 그렇고, 다들 골고루 활약한 것 같아 좋았다.”


중심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형성해 준 강윤성 감독에 대한 감사도 표했다. 긴 시간, 배 위에서 극한의 감정을 연기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파인’은 그 어떤 작품보다 그에게 감사한 작품이 됐다.


“정말 행복하게 찍었다. 이런 현장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누리고, 느끼자’고 생각했다. 현장은 뜨겁고, 배를 타면 멀미도 한다. 그런데도 이 현장에 유독 우애가 있었다. 행복감, 만족감도 있고, 효율도 좋았다. 맛집이 많았다.(웃음) 너무 좋았다.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경험이 적은 친구들에겐 ‘이런 현장은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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