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평가 엇갈린 한미정상회담…"트럼프 사로잡아" vs "뭘 얻었나"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 시험대인 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돌발 행동으로 협상 상대방을 압박해 이득을 얻어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치켜세우자, 대통령실은 "회담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여야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협상력 기질이 발휘된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뚜렷한 성과가 없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낮 12시 42분쯤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시작된 정상회담은 공개 회담부터 확대회담·업무오찬까지 2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른바 '한국 숙청 발생' 글을 올리면서 대통령실의 불안감은 커졌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다음 일정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이 순연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은 마무리됐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 때문에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 정상회담이 큰 논란 없이 마무리되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동 합의문을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냥 기분 좋게 마무리됐다.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라면서 "(무역 통상 협상 관련해) 구체적인 세목을 따지기보단 서로 기분 좋게 칭찬하고 과거 얘기를 하는 등 기분 좋은 오찬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위성락 안보실장도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됐고, 이재명 대통령과 저희 일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가 많이 눈에 띄었다"며 "오찬 말미에 명패와 메뉴에 전부 서명해 직접 주거나, 예정에도 없는 백악관 기념품 가게에 우리를 안내해 선물을 고르게 해줬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논란 없이 마무리된 배경엔 이재명 대통령의 협상력을 꼽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 당시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나는 '페이스메이커'로 지원하겠다" "북한에 트럼프월드 하나 지어서, 나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 등 발언을 조명했다.
해당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웃음을 터뜨린 지점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매우 전략적인 언어 선택으로 협상가다운 기지를 발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과감하게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랜 동맹의 역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 만큼, 성공적인 회담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양 정상은 급격한 국제질서 변화에 공동 대응을 이어가는 한편,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춰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미동맹의 현대화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당초 정상회담 취지였던 무역 통상 협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측의 민감한 주제인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구성을 비롯해 농축산물 개방 여부,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사안은 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이는 향후 실무 협상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인 만큼, 회담 분위기와 별개로 미국의 '청구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성락 안보실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기지 부지 소유권 주장에 대해 "그 배경을 좀 더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한미군 부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에 따라 우리가 쓰도록 두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헤아려보고 난 다음에 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청구서'로 평가되는 미국 무기 구매 요청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국방비 증액' 논의를 꺼내 미국 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다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미국 무기 구매 수준과 국방비 증액량은 거론되지 않았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미국 무기 구매 요구까지 있지는 않았다"면서도 "미국 측에선 미국의 방산업 중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한 언급만 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의 미국 무기 구매는 필요한 영역에서 구매하려는 것이고, 이는 양측의 의견이 맞았다고 볼 수 있다"며 '안보 청구서' 주장엔 사실상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에선 "실질적 성과가 사실상 전무한 정상회담이었다"고 혹평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관세율 합의도 알려진 바 없고, 결과적으로 1500억 달러 기업들의 투자까지 추가로 갖다 바친 굴욕 외교"라면서 "'주한미군기지 부지 소유권을 요청할 수 있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외교 안보상 불확실성은 높아졌는데, 철강 관세·쌀·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에 대해선 도대체 무엇을 얻어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를 향해선 "정상 간 통상적인 외교적 수사가 오간 걸로 한가하게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핑계만 늘어놓고 구체적인 성과는 전무한 빈손외교로 역대급 외교참사를 자초한 만큼, 도대체 부부 동반으로 가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신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평가가 불가능한 정상회담이었다"고 혹평했다. 장동력 대표는 "지난번 관세 협상도 마찬가지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제가 말했던 우려가 계속 현실로 되고 있다"며 "잘못된 외교 노선을 극명하게 드러낸 편중된 내각이 이재명 정부의 잘못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선 끝 국민의힘 사령탑에 장동혁, '정청래 때리고 혁신파 안기' 시험대
'민심'에선 뒤졌지만 '당심'에서 반전을 마련했다. 선명성을 승부수로 띄운 장동혁 후보가 50.27%의 득표율로 선출됐다. 2367표 차의 진땀승인데다 내년 지방선거, 혁신계로 분류되는 당내 세력에 대한 포용 과제가 남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스펙트럼을 넓혀 경쟁력 있는 후보군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조언을 내놨다.
약 22만명의 지지자들은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에게 힘을 실으며 결선에서 맞붙은 김문수 후보(21만7935표·49.73%)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김문수 후보에게 1만7845표 뒤졌지만,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18만5401표(52.88%)를 득표해 16만5189표(47.12%)를 얻은 김문수 후보를 2만212표 차로 눌렀다.
정치 입성 3년 차인 충청권 현역 신인이 당 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된 데는 '선명성'과 이른바 '뉴미디어'라 포장된 극단 유튜버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 여기에 80%가 반영된 당원 선거인단 투표가 핵심적 승부처가 됐다는 분석이다.
장동혁 대표는 유세 내내 '싸우지 않는 자, 배지를 떼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밖에 친한계(친한동훈계)를 포함한 혁신파를 향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강성 보수 지지층의 전폭적 지원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뉴미디어라 자칭하는 극단 유튜버들의 지원사격도 한몫했다. 장동혁 대표는 26일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승리"를 두 차례 언급했다. 또 "많은 언론에서 나를 극우로 표현했다"며 기성 언론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이어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보냈는데, 그것은 보수 유튜버들께서 예외 없이 한목소리로 지지를 보내주셨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한길 씨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자칭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장동혁 지도부 앞엔 여러 시험대가 있다. 우선 '친명(친이재명) 강성'으로 대표되는 정청래 민주당 지도부에 버금가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현 정부의 특검(특별검사)·내란몰이 위협이라는 외부 압박도 견뎌야 한다.
당내 수습도 과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넉 달 넘게 강성-혁신파 내홍을 겪으며 전략적 엇박자와 내부 출혈이 컸다. 앞선 본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13만1785표를 얻었고, 탄핵 찬성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장했던 조경태·안철수 후보는 각각 7만3427표와 5만8669표를 획득했다. 장 대표는 15만3958표였다. 장 대표의 '압도적 독주'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1.5선' 장동혁 대표가 지지율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지방선거 지휘에 성공할지도 관건이다. 2022년 충남 보령·서천 보궐선거에서 국회로 입성한 장동혁 대표는 아직 뚜렷한 당내 친위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대로 추락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주요 광역자치단체를 사수해야 한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장동혁호(號) 앞에는 연대와 포용·탕평이 남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비주류를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가 얻은 표는 당원 총량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직 당내 기반이 폭넓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바라봤다.
이어 "초반 최고위원회의가 고비가 될 수 있다.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당선됐지만, 당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내년 지선을 앞둔 상황에서 관건이 될 수 있다"며 "스펙트럼을 넓혀 경쟁력 있는 후보군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혁신계로 분류되는 당내 인사는 "장동혁 대표는 우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우선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 "해당 문제가 전제되지 않으면, 협상의 여지는 희박할 것"이라고 단평했다.
▲전공의 대표·수련병원장들 만났다…"갈등 최소화하고 화합"
전공의들이 복귀한 후 의사들의 수련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수련병원협의회(대수협)가 머리를 맞댔다. 대수협은 전국의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병원들의 모임이다.
한성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원섭 대수협 회장 등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비대위원과 병원장들은 26일 간담회를 열고 의료계 갈등 봉합과 국가 차원의 전공의 수련 투자 외에도 수련병원별 수련환경 TF(태스크포스) 설치, 다기관 협력 수련 등의 안건을 논의했다.
간담회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조병기 대수협 이사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끝나가며 상당수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왔는데 같이 환자를 보면서 갈등을 줄여나가고자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었다"며 "오늘 얘기를 해 보니 상당수의 전공의들은 돌아와서 성실히 수련에 임하려는 마음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성존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번 하반기 모집을 통해 상당수 전공의들이 수련 현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라며 "이번 사태는 무리한 정책 추진과 오래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리에게는 의료 현장을 다시 세워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정일 대전협 대변인도 "이건 당신 일, 이건 내 일이라는 접근보다 수련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며 "복귀 후 갈등을 최소화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공의 측은 다기관 협력 수련과 관련해 '수련을 받기 어려운 환경으로 가거나 하는 경우에 대비해 수련 기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을 꺼냈다. 수련병원들도 이 같은 제안에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병원들은 수련의 큰 틀을 논의하는 '수련환경 개선 태스크포스(TF)'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공감했다. 이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안이다.
조병기 이사는 "수련 환경과 업무 분장을 조정하는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를 병원에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대수협의 200여개 회원 병원에 건의를 드리고 최대한 많은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양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부가 참여하는 수련협의체에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날 논의 내용이 실제 현장에서 반영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