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제재심의 9월 가시화
취임 후 첫 은행권 만남서 ‘ELS’ 언급... 과징금 규모 촉각
과징금 규모 ‘조 단위’ 전망… 은행권 긴장 고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장내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이찬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8일 은행권 첫 상견례 자리에서 ‘ELS 불완전판매’를 언급하며 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를 직격한 것이다.
과징금 부과 시한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원장의 언급으로 인해 은행권 과징금 부과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전제재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은행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부의하기로 했다.
과징금 부과의 공소시효인 ‘제척기간(5년)’이 올해 말로 다가오면서, 과징금 부과를 위한 절차가 올해까지 이뤄지기 위해서는 9월에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려야 한다.
심의위가 열리기 전 금감원은 1차 제재조치안을 은행 측에 발송하게 되는데, 오는 9월 중순 경 발송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감원의 ‘과징금 청구서’ 공개를 앞두고 새 정부 출범 후 지명된 신임 금감원장과 국내 20개 은행장들과의 만남이 진행돼 ‘ELS 과징금·과태료 산정’에 대한 입장이 나올지 관심이 주목됐다.
이 원장은 전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며 ‘ELS 과징금·과태료 산정’ 질문에 대해 답변 없이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준비된 모두발언 이외에 언론과의 질의응답 시간은 없었다. 취임 초기 여러 현안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두발언을 통해 “더이상 ELS 불완전판매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권익 침해 사례는 없어야 한다”며 “이제부터라도 여러분이 앞장서서 업무 전반의 프로세스를 점검해 달라”고 밝혔다.
ELS 불완전 판매 과징금의 규모가 최근 은행권을 강타한 주요 현안인 만큼 이에 대한 언급 여부도 중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금감원장이 직접 ‘ELS’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과징금을 결정하는 금융소비자법(금소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금감원의 법리 해석에 따라 제재 절차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한 홍콩H 지수 ELS 상품 규모는 약 17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소법 57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소법상 ‘수입’을 ELS 판매금액(매출)으로 볼지, 판매수수료(순익)으로 볼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사실상 금감원의 결정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결정된다.
금융당국에서도 지난해 과징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에 나섰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건으로 결정되는 과징금 부과 기준이 대출, 보험, 펀드 등 성격이 다른 금융상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찬진 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범죄 엄정 대응’이라는 대원칙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과징금 뿐 아니라 판매 계좌 수에 따른 건당 과태료까지 합쳐질 경우 수조원에 이르는 금전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부과에 대해 “잘못했으니 겸허하게 벌을 기다리고 있다”며 “거의 대부분의 고객에게 자율 배상을 실시했는데 이런 부분이 감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은행은 ‘이자장사’ 하는 게 업의 본질이 맞는데 이번 정부에서 그런 부분들을 너무 비판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코스피 5000’을 말하고 있는데 은행도 상장회사고 비중이 크다. 수익 창출과 배당을 많이 해야 주가도 오르는 데 과징금 이슈들이 부각되면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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