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법왜곡죄 1호 피고발'…법조계 "소급 처벌 불가, 형사법의 기본"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3.13 10:26  수정 2026.03.13 10:29

이병철 변호사, 12일 조희대·박영재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 제출

"타인 권익 해할 목적으로 서면주의 원칙 알면서도 적용 안 해"

법조계 "대법관에게 법왜곡 유형 적용하기에는 한계 있어…유죄 입증 어려울 듯"

"법왜곡죄 성립하려면 의도적으로 법령적용 왜곡하거나 증거 위·변조해야…조희대 해당 안 돼"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사진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판·검사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시행 첫날인 지난 12일 해당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소급 처벌이 불가하다는 건 전 세계적으로 형사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이후에 법을 만들어서 처벌한다는 건 전 세계적으로 형사법상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병철 법무법인 아이에이 변호사는 전날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할 때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34일 만인 5월 1일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대법관은 이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기 전 주심 대법관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수만 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한 달여 만에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졸속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법원은 상고심은 1·2심처럼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니라 법 적용과 법리 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으로서, 필요한 기록을 충실히 검토했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형사재판에 관여하는 법관이 타인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서면주의 원칙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주의는 재판을 서면 중심으로 진행해 심리하자는 입장이다.


파기환송 당시 7만쪽 분량의 사건기록을 성실히 검토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 상태가 있었고, 관련 재판이 종료되지 않은 만큼 그 부작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법왜곡죄 시행 이전 행위에 소급 적용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 대법원장의 위법 상태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계속범'인 만큼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 뒤 마련된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실제로 조 대법원장이 법왜곡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법왜곡죄에서 법관은 명확히 적용 대상에 해당하나, 문제는 조 대법원장이 참여한 재판이 대법원 재판이라는 점에 있다"며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으로서 증거 판단과 사실인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는 주로 하급심에서 정리가 완료된다. 따라서 대법관에게 법왜곡 유형을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제1호 법령 고의 오적용을 살펴보면, (법령) 적용 요건을 불충족한다는 인식과 고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적용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에 대한 입증 난도는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또 "조문 2호의 경우 증거인멸 및 조작인데, 대법원 재판 구조상 증거 수집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하고 이는 3호도 마찬가지"라며 "법왜곡죄에서는 '다만,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법관의 판단 대부분 이에 해당할 여지가 크고 따라서 실제 유죄 입증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법왜곡죄는 헌법 제103조와 충돌하는 문제가 있어서 실제 처벌로 이어질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법왜곡죄가 성립하려면 의도적으로 법령적용을 왜곡하거나 증거를 위·변조해야 하는데, 조 대법원장의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고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행위가 실체적 사건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절차적인 부분과 관련되기 때문에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법왜곡죄가 성립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수정 변호사(법률사무소 수정)는 "서면주의라는 생소한 법률 위반 사항을 들고 온 것, 그게 법률 위반인지도 알 수 없는 그런 근거를 들고 온 것 자체가 조 대법원장의 판단에 대해서 특별히 법왜곡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는 자백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소급 처벌이 불가하다는 건 전 세계적으로 형사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이후에 법을 만들어서 처벌한다는 건 전 세계적으로 형사법상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에 한 일을 지금 처벌법으로 어떻게 처벌하느냐. 소급입법 금지는 형사 처벌 등에 있어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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