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법으로 한국정부 굴복시키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30 07:07  수정 2025.08.30 07:07

ⓒ 데일리안 DB

스티브 유, 즉 유승준이 세 번째 소송에서도 이겼다. 그는 2015년에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20년 3월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 재판에서 절차 문제가 지적됐었는데 유승준에게 재차 비자 신청을 받은 LA 총영사관은 이번엔 절차를 밟아 거부했다. 그러자 유승준은 2020년 10월에 2차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11월에 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2024년 6월에 LA총영사관은 사증 발급들 또다시 거부했다. 그러자 9월에 유승준이 법무부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3차 소송을 냈고, 그 1심 결과가 이번에 유승준 승소로 나온 것이다.


이번에 유승준은 거듭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배경엔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비자 발급을 요구하는 소송과 더불어 법무부 입국 금지 결정의 부존재를 확인해달라는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그에 대해선 법원이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은 내부적인 결정에 불과해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각하했다. 그에 따라 당장 법무부에 입국 금지 해제가 강제되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입국 금지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 해제를 요청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이를 직권으로 해제하지도 않은 채 입국 금지 결정을 유지한 상태에서 사증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입국 금지 사유가 없다’라고 판단한 부분이 국민감정과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입국 금지 사유가 없다고 한 이유는 “유 씨에게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려가 없는데도 금지했으니 잘못이라는 것이다.


“비자 발급 거부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라며 입국 금지의 공익에 비해 유승준의 불이익이 너무나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입국이 허가돼 원고가 국내에서 체류하게 되더라도 격동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성숙해진 우리 국민들의 비판적 의식 수준에 비춰 원고의 존재나 활동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 국민이 유승준을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했다고도 했다.


재판부가 이 사안과 국민감정을 너무 가볍게 여긴 건 아닐까? 입국 금지의 공익에 비해 유승준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건 납득이 어렵다. 유승준의 입국이 금지됨으로서 그나마 병역의 엄정함이란 가치가 국민에게 공표됐다. 나라를 버린 병역기피자에게 우리 국가가 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믿음도 줬다. 일종의 모범 사례 또는 시범 케이스 같은 느낌이다. 유승준이 엄청난 대스타였기 때문에 모두가 주목하는 상징적 사건이 된 것이다. 거기서 단호하게 원칙을 지켜서 얻어지는 공익보다 유승준 개인이 불이익이 크다?


유승준은 한국을 속이고 병역기피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해외에서 자유롭게 살았고 이젠 미국인이다. 그 미국인이 해외에서 무슨 활동을 하든 한국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 그 미국인에게 한국 정부가 어떤 큰 불이익을 가했다는 것일까?


“격동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성숙해진 우리 국민들의 비판적 의식 수준”이라고 했는데, 격동의 역사를 겪으며 성숙해진 국민이 깨달은 것이 과연 ‘병역기피자에게 관용을 베풀자’일까? 유승준 입국으로 분노하고 낙담하는 국민은 미성숙한 존재인가.


법무부는 사회적 혼란을 염려해 입국 금지하는데, 재판부는 국민이 성숙했으니 혼란 우려가 없다고 하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이대로 유승준이 입국하게 된다면 그는 법정싸움으로 한국 정부를 이긴 개선장군처럼 들어오게 될 텐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1년에 모종화 당시 병무청장은 국회 국방위에서 ‘스티브 유는 국내 활동을 하면서 영리를 획득하고 신체검사도 받고 입영통지서까지 받은 상태에서 미국 시민권을 딴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다른 수천여 명의 병역기피자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했다. 또 ‘스티브 유는 병역 면제자가 아닌 기피자‘, ’국외 여행 허가 신청서에 공연이라고 쓰고 나가 병무청과의 약속을 어긴 사람으로 한국인이 아니라서 처벌을 못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었다. 국회에서 그의 이름이 논의됐다는 것 자체가 이 사건이 여타 사건들과는 차원이 다른 중대사안이라는 걸 말해준다.


이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유승준 입국 금지 철회 이슈에선 국민정서가 매우 중요하다. 철저한 반성을 통해 한국인에게 용서 받아야 법무부도 수월하게 그에게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승준은 지금 국민정서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네가 뭔데 판단을 하냐. 너희들은 한 약속 다 지키고 사냐"라고 하며 또다시 공분을 일으키는 등 당당하고 공격적인 태도, 한국 정부를 소송으로 굴복시키려 하는 모양새가 그렇다.


이러면 정부가 입국 금지를 철회하기도 어렵고, 또 설사 법원 판결로 한국 정부를 이겨 개선장군처럼 입국한들 국민의 싸늘한 시선으로 그의 불명예만 더 커질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해서 입국을 원한다고 하는데, 입국했을 때 발생할 비난이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까? 그런 의미에서 유승준에게 시급한 건 소송으로 한국을 이기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한국인의 공감과 용서를 얻는 일일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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